4월 시범 생산 개시...TSMC·삼성 맹추격 나서
IBM 기술 이전, 정부 지원 등 업고 재도약 시도
IBM 기술 이전, 정부 지원 등 업고 재도약 시도
일본이 반도체 강국 재건을 위한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닛케이아시아는 신생 기업 라피더스가 오는 4월 2나노미터(nm) 칩 시범 생산을 시작한다고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라피더스의 성공 여부는 장기 침체된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2나노 기술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 TSMC가 올해 2나노 칩 양산을 시작하며 선두를 이끌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국 인텔도 자체 혁신 기술과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경쟁에 가세했다.
라피더스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도입해 첨단 제조 역량 확보에 나섰다. EUV 장비는 현재 2나노 이하 칩 생산을 가능케 하는 가장 진보된 기술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 최초로 도입된 만큼 라피더스의 기술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때 세계를 주도했지만,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며 긴 침체기를 겪었다. 주요 기업들이 '팹리스' 모델로 전환하며 생산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라피더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일본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국가적 도전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총 10조 엔(약 93조373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전면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라피더스는 IBM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2나노 공정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40명 이상의 라피더스 기술자들이 미국 뉴욕주 알바니 나노텍 콤플렉스에서 IBM 연구진과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양사 연구진 500명 이상이 약 400개의 연구 테마에 걸쳐 협력하고 있으며, IBM의 GAA 나노시트 트랜지스터 기술을 도입했다.
세계 5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라피더스의 첫 주요 고객이 됐다. 2025년 6월까지 브로드컴에 2나노 공정 시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며, 브로드컴은 시제품 성능 평가 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 양산 위탁을 검토한다. 브로드컴의 2024년 10월 기준 연간 매출은 515억 달러이며, 구글과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고객사다.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며, 최근 시험생산에서 60% 수율을 확보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 20팹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애플을 첫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상반기 시험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에 주력하며,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의 AI 가속기용 칩을 첫 고객으로 수주했다.
한편, 라피더스는 두 가지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4조 엔(약 37조3492억 원)의 자금 확보다. 정부 보조금 외에도 민간 투자가 필수적이며, 현재 30~40개 기업과 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둘째, 생산 수율 확보다. 수율은 전체 생산량 중 양품 비율을 뜻하며, 이는 수익성과 직결된다. 라피더스는 첨단 공정 기술을 도입했으나, 아직 목표 수율에 도달하지 못했다.
4월 시범 생산 개시를 앞둔 라피더스의 도전은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브로드컴과의 협력, IBM 기술 이전, 정부 지원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