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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AI 수요 급증으로 새 성장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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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AI 수요 급증으로 새 성장기 맞아

ASML이 제시한 4대 성장 동력과 한국의 기회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로고. 사진=로이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2024년 반도체 매출이 626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시나 파이낸스는 ASML의 '2024 투자자 데이' 보고서를 분석해 AI 수요 증가가 반도체 장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10일(현지 시각) 심층 보도했다.

ASML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끌 4대 핵심 동력을 제시했다. 첫째, AI 서버 시장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와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SML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2030년까지 3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둘째, 성숙 공정 시장이다. 가전, 자동차, 산업용 장비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수요가 2024년 이후 연평균 9% 증가할 전망이다.
셋째, 프런트엔드 3D 통합 기술이다.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성능과 집적도를 높이는 이 기술은 저장장치 분야에서 큰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수준인 321단 3D NAND 양산을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400단 이상의 제품을 개발 중이다.

넷째,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Yole 보고서는 2023년 글로벌 첨단 패키징 시장이 439억 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19.62% 성장했다고 밝혔다.

SEMI는 반도체 장비 시장이 2024년 1130억 달러에서 2026년 139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의 생산기지 확충이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SEMI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 규모는 4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3년 366억 달러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의 첨단 공정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성숙 공정 중심의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나 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주요 웨이퍼 파운드리 기업은 2024년 3분기 매출 2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6%를 확보했으며,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강점은 패키징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은 세계 반도체 패키징 생산능력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3%)의 10배가 넘는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2.5D, 3D 첨단 패키징과 칩렛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약진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보고서는 2024년 1~3분기 중국 시장 상위 5개 웨이퍼 제조장비 제조사의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숙 공정과 저장 장치 관련 장비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강점을 살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3D 적층 기술과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