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HBM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 등장...기술 격차 빠르게 좁히는 중국
중국이 첨단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2e(고대역폭 메모리) 양산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중국 4대 포털 중 하나인 서우후(搜狐)는 선전위안위안즈춘테크놀로지(이하 위안위안즈춘)가 AI 칩용 HBM2e 메모리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HBM은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인 고속 메모리다. 일반 그래픽카드가 사용하는 DDR5 메모리와 달리, AI 칩은 더 높은 대역폭과 처리 속도가 필요해 HBM을 사용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202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로 글로벌 HBM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CXMT 등 현지 기업들이 HBM 관련 특허 출원을 늘리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도전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위안즈춘은 HBM 생산의 핵심인 TSV(Through Silicon Via)와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기술을 확보했다. TSV는 실리콘 웨이퍼를 수직으로 관통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로, 여러 층의 메모리 칩을 3차원으로 쌓아 고성능 HBM을 구현한다. CoWoS는 실리콘 기판 위에 칩을 직접 올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AI 칩과 HBM을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다.
위안위안즈춘은 HBM2e 메모리의 기술 사양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HBM2E 표준 사양은 초당 460GB의 대역폭과 16GB 용량을 제공한다. 회사는 마이크론과 엘피다 출신 엔지니어들을 영입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생산 규모와 수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자체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미 한국의 대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2년 51.4%에서 2023년 9월 37.9%로 크게 감소했다. 중국의 HBM 자체 생산 능력이 향상되면 이러한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HBM2e 양산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를 우회하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견제하고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수출을 제한하고, HBM과 같은 핵심 부품의 대중 수출도 통제해왔다. 위안위안즈춘은 2025년 춘절 시점에 HBM3/HBM3e의 프런트엔드 설계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서우후는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화로 시장 우위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