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83척 선박 제재...러시아 석유 수출량 42% '직격탄'
중국·인도 수입 차질에 글로벌 원유시장 '대혼란' 우려
중국·인도 수입 차질에 글로벌 원유시장 '대혼란' 우려
미국이 러시아 석유 수출선 183척을 제재 명단에 올리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주요 석유생산업체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테가스, 그리고 러시아산 석유 운송선박 183척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크플레르의 수석 화물 분석가 맷 라이트는 "이번 제재 대상 선박들은 작년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량의 42%에 해당하는 5억3000만 배럴을 운송했다"며 "이 중 약 3억 배럴은 중국으로, 나머지는 대부분 인도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 전체 수입량의 36%(하루 176만4000배럴), 중국 수입량의 20%(하루 215만9000배럴)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한 무역상은 "제재 대상 유조선들이 하루 9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중국으로 운송했지만, 이제는 급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텍사의 분석가 에마 리는 "제재가 엄격히 시행되면 러시아의 이스트 시베리아-태평양(ESPO) 블렌드 원유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금수조치 해제 여부와 중국의 제재 수용 여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는 원유 수급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원유 수입량의 43%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2030년까지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으로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분기 기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29.5%에 이른다. 인도 정부는 수단, 이란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전략비축유(SPR) 확대로 공급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가 중동, 아프리카, 미주 지역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유 가격과 해상 운임이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오닉스 캐피털 그룹의 리서치 책임자 해리 칠링귀리안은 "인도 정유업체들은 중동과 대서양 유역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두바이산 원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