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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산불로 문화유산 약 402조 원 피해...역사적 건축물 35곳 잿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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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산불로 문화유산 약 402조 원 피해...역사적 건축물 35곳 잿더미로

윌 로저스 목장·맥낼리 하우스 등 할리우드 황금기 상징물 소실...재건에 수년 걸릴 듯
팰리세이즈 화재로 불에 탄 집이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팰리세이즈 화재로 불에 탄 집이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휩쓴 대형 산불이 수세기에 걸친 도시의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이번 산불에 따른 피해액이 최대 2750억 달러(한화 약 40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맨션 글로벌(Mansion Global)은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 35곳이 사라졌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액큐웨더는 이번 산불 피해액을 2500억 달러(약 365조 원)에서 2750억 달러(약 401조6375억 원)로 추산했다. 로스앤젤레스 컨서번시는 지난 1주일 동안 발생한 7건의 대형 산불로 1만2000개가 넘는 건물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LA 도시계획국의 역사자원 사무소 관리자 켄 번스타인은 "1994년 노스리지 지진과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이후 폭동의 피해를 넘어서는 최대 규모의 파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윌 로저스 목장의 소실이 주목받고 있다. 1920년대에 건립된 31개 방을 갖춘 이 목장은 당시 최고 인기 배우였던 윌 로저스의 거주지로, 1971년 국가사적지로 지정됐다.

1887년 건립된 앤드류 맥낼리 하우스도 불에 탔다. 랜드 맥널리 출판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이었던 맥널리를 위해 지어진 앤 여왕 스타일의 저택은 2007년 국가사적지로 등록됐다.

1907년 마이런 헌트와 엘머 그레이가 설계한 제인 그레이 에스테이트는 내화성 건축물로 평가받았음에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레이 카페의 킬러 하우스(1991년)와 요제프 반 데르 카르의 로웬 하우스(1957년)도 소실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재건 비용으로 25억 달러(약 3조6512억 원)을 배정했다. 보험사들은 60억 달러(약 8조7630억 원)에서 130억 달러(약 18조9865억 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연방정부는 피해 주민에게 770달러(약 112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역사적 부동산을 대표하는 크로스비 도 어소시에이츠의 크로스비 도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문화적 자산을 잃었다"고 말했다.

게티 빌라 등 일부 문화시설은 화재를 견뎠다. 그러나 피해 지역 주택의 중간가격이 200만 달러(약 29억 원)를 웃도는 고급 주거지가 많아 재건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은 건물과 소장품 대부분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들 이재민의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LA 주택국이 운영하는 비상대피소 27곳은 이미 수용 한계에 도달했다. 드와이트 워싱턴 LA 주택국장은 "현재 2만5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추가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인근 도시인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로 이동했다. 글렌데일의 부동산 중개업체 콜드웰 뱅커의 마이클 토마스 대표는 "임시 거처를 찾아 LA 외곽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주변 도시의 임대료도 15%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보험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보험감독국의 리카르도 라라 국장은 "보험사들이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면서 재건축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LA 보험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피해 지역 주민의 30%가량은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거나 보상 한도가 실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