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체제 균열에 9개국으로 늘어난 핵보유국...트럼프도 변수
세계가 새로운 핵 군비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1945년 미국의 핵실험 이후 냉전기 군비경쟁을 거쳐 핵 감축기로 이어진 흐름이 중국의 핵전력 강화로 반전됐다.미국 원자과학자 회보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이 현재 3700기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1770기가 실전 배치됐으며, 1930기는 예비용으로 보관 중이다. 실전 배치된 핵탄두는 지상발사 미사일 400기, 잠수함발사 미사일 970기, 미국 내 폭격기 300기, 유럽 기지 100기로 구성됐다고 이 회보는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중국이 2035년까지 핵무기를 1500기까지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국군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600기를 보유했으며, 모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WSJ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지난해 11월 핵무기 사용 요건을 확대하는 독트린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핵무기의 사거리도 큰 위협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DF-5 미사일은 8077마일(약 1만3000㎞), 미국의 미니트맨 III는 8050마일(약 1만2960㎞), 러시아의 SS-18은 6835마일(약 1만1000㎞)을 비행한다.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도 6213마일(약 1만㎞)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
핵무기를 제한하는 국제 체제도 흔들린다. 윌리엄 알버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WSJ에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붕괴했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도 내년 초 종료된다"면서 "새로운 핵 군비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동에서 새로운 핵무장국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SJ는 "이란이 수개월 내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지난해 9월 FOX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핵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시아에서도 핵 도미노가 우려된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3일 '2025년 블랙스완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북한 핵위협 심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 저하로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수십 개국의 핵무기 보유가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한 지 60년 만에 그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