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DUV 장비 수출 허가제 도입하고도 통계 제외
“약 70억 달러 규모 중국 매출 어디에?"
“약 70억 달러 규모 중국 매출 어디에?"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중국향 수출 데이터를 통계에서 제외하면서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의 대중국 수출액 수십억 유로를 '민감한 상품 수출'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해당 정보 공개시 특정 기업의 상업적으로 민감한 사업 데이터가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3년 9월부터 미국의 요청으로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DUV 장비는 극자외선(EUV) 장비보다는 기술 수준이 낮지만 여전히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ASML은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에서 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이 중 상당 부분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매출로 추정된다.
그러나 네덜란드 외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3년 '이중 용도' 품목 수출 통계에서 중국 수출액은 2억5300만 유로(약 2억5981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대만, 한국, 미국, 영국, 스위스에 이어 6위 규모다.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기업 ASML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모를 공식 통계에서 누락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ASML의 DUV 장비 수출액이 이 통계에 포함됐다면, 중국이 다른 모든 국가를 제치고 네덜란드의 최대 '이중 용도' 품목 수출국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의 DUV 장비 대중국 수출액을 의도적으로 통계에서 제외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평화 조직 PAX의 프랭크 슬라이퍼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군사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갈등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수출 정보의 비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통제 요구와 자국 기업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ASML 측은 이번 통계 제외 조치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