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연금제도 불안에 해외 이주 가속화
美·호주·캐나다 부동산 매입 등 자금 이동 본격화
美·호주·캐나다 부동산 매입 등 자금 이동 본격화
중국의 경제 침체와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美 경제지 배런스(Barron's)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약 4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들 중산층 가구의 연간 가처분소득이 10만~50만 위안(약 1987만~9936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청두 출신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틸리 왕(44)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개인 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스페인으로 돌아가 계좌를 개설하겠다고 하자, 모두가 자신들도 어떻게 자금을 해외로 이동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자금 이탈의 주된 배경으로는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와 연금 제도의 불안정성이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7.1%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6월의 21.3% 최고치에서는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5명 중 1명 가까이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는 2035년까지 국가 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4년 9월 13일 '법정 퇴직 연령의 점진적 인상에 관한 결정'을 발표하고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결정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현행 60세에서 63세로, 관리직·기술직 여성은 55세에서 58세로, 일반직 여성은 50세에서 55세로 퇴직 연령이 각각 상향 조정된다. 인상 방식은 남성과 관리직·기술직 여성의 경우 4개월마다 1개월씩, 일반직 여성은 2개월마다 1개월씩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중국 정부는 또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기여 기간도 2030년 1월 1일부터 현행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매년 6개월씩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동산 중개회사 주와이 아이큐아이(Juwai IQI)의 카시프 안사리 최고경영자(CEO)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유층들이 수년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지의 부동산을 매입하며 자본을 이동시켜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3년 기준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부동산에 15억 달러(약 2조1870억 원)을 투자했으며, 주요 투자지역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다. 호주의 경우 2023-24 회계연도 상반기에만 중국 투자자들이 15억 호주달러(약 1조3562억 원) 규모의 주거용 부동산 투자 승인을 받았다고 호주 정부는 밝혔다.
자녀 유학을 통한 자금 이동도 늘고 있다. 배런스가 인터뷰한 앨리 수씨는 "가족들이 더 나은 삶과 자유, 안전을 위해 저축한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2023년 7월부터 개인의 해외 송금 한도를 연간 5만 달러(약 7289만 원)로 제한하고 있다.
이 현상은 코로나19 기간 중 엄격한 봉쇄 조치를 피해 이주하려는 의미로 사용되던 '룬(润)' 이라는 용어와 함께 확산되고 있다. '룬'은 본래 "촉촉한", "강화하다", "이익을 얻다"라는 의미의 중국어 단어였으나, 최근에는 "불리한 조건을 피해 이주하다"라는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배런스는 설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