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60세 이상 여성들, 약 1경1596조 원 자산관리"
배우자 사망 후 70%가 재정 상담사 교체
배우자 사망 후 70%가 재정 상담사 교체
미국 베이비붐 세대 여성들이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 자산 이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 & Co.)가 실시한 2024년 부유층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미국 여성들이 관리하는 유동자산 규모는 약 8조 달러(약 1경1596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18년 대비 80%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자산 증가율 62%를 크게 상회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시장 상승과 세율 하락으로 축적한 82조 달러(약 11경8859조 원)의 자산을 물려주고 있다.
UBS 은행의 폴 도노반 경제학자는 "과거 남성 중심이었던 불평등한 자산관리 구조가 이제는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현재 부유한 미국 가정의 약 60%에서 남성이 주요 재정 의사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네티컷주에 거주하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 메리 쉰키(61)는 "32년간의 결혼생활에서 남편이 모든 투자를 관리했지만, 2019년 남편 사망 후 처음으로 재정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지적이고 교육받은 여성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쉰키는 "남편 사망 후 즉시 재정 상담사를 교체했으며, 여행과 집수리 계획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상담사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특히 고령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재정 상담사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여성 전담 투자관리사 엘레베스트의 카메론 로저스 개인자산고문은 "배우자의 사망이 재정 관리 방식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새로운 상담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트랜스아메리카는 "여성의 약 70%가 배우자 사망 후 재정 상담사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딤플 고사이 리서치 디렉터는 "여성들은 안정적인 자산과 장기 수익률의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자본을 보호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거주 자넷 브리지포드(76)는 "1993년 남편 사망 후 상속받은 자산의 60%는 주식에, 40%는 채권에 투자했다가 이후 주식 비중을 80%까지 늘렸다"며 "연금 수입이 있고 부양 자녀가 없어 상승하는 주식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과정에서 가족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미셸 테일러(77)는 "2000년대 초 남편 사망 후 모든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남편의 세 자녀가 즉시 상속을 요구하면서 27년간 이어온 관계가 단절됐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자선활동도 두드러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부유층 가정의 자선기부 결정 85%가 여성에 의해 이뤄지거나 여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다호주 인스파이어 웰스 파트너스의 매트 쿨리 설립자는 "최근 한 미망인 고객이 200만 달러(약 29억 원) 이상의 자산 중 절반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주식시장에 투자해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세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는 "향후 수십 년간 약 40조 달러(약 5경7980조 원)의 자산이 베이비붐 세대 이상의 미망인들에게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전담 투자관리사 엘레베스트의 카메론 로저스 개인자산고문은 "최근 남편보다 10세 연하인 한 여성 고객이 배우자 사망에 대비해 재정 교육을 요청했다"며 "여성들의 자산관리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