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첫 정상통화
알리브라힘 경제장관 "4년간 공공·민간 포괄 패키지"
양국 교역 2018년 대비 21% 감소...실현 가능성 주목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4년간 미국과의 투자·무역 규모를 6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 달러로 증액을 요구했다.알리브라힘 경제장관 "4년간 공공·민간 포괄 패키지"
양국 교역 2018년 대비 21% 감소...실현 가능성 주목
사우디 국영통신은 25일(현지 시각)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약속은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우디가 4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를 약속한다면 첫 해외 방문지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파이살 알리브라힘 사우디 경제장관은 24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번 패키지는 투자뿐 아니라 공공·민간 부문의 조달을 포함한다"며 "양국 간 강력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026년 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경제포럼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통계청과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에 따르면, 양국 교역은 변동이 크다. 2022년 346억 7100만 달러로 최근 6년 중 두 번째로 높았으나, 2023년에는 297억 4400만 달러로 14% 감소했다. 사우디의 대미 직접투자도 2018년 4억 2230만 달러에서 2023년 1억 8182만 달러로 57% 줄었다.
한편, 현재 사우디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서부 홍해 사막의 신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에 5000억 달러,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 인프라에 수백억 달러가 필요하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두 정상이 중동 안정과 지역 안보 강화, 테러리즘 퇴치를 위한 노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수십 년간 사우디의 주요 무기와 방위 시스템 공급국이었다.
알리브라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요구에 대해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포괄적 협력도 논의 중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왕세자와 별도로 통화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바이든 집권기에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보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대선 후보 시절에는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유가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2022년 7월 바이든 전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 개선 시도를 했지만, 사우디는 외교 다변화를 추진했다. 2022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 때는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년 브릭스(BRICS) 가입 초청을 받았으나 2024년 10월 러시아 브릭스 정상회의에 빈살만 왕세자가 불참하는 등 아직 가입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단은 "사우디가 미국 주도 질서에 도전하기보다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으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았다.
트럼프 취임 후 양국 정상 사이의 통화와 투자 논의는 미국과 사우디 아리비아의 관계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럼프 시대에 빈살만 왕세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