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손실 2200억 달러로 자본금 5배 초과
충분한 준비금제도 전환·공격적 금리 인상에 직격탄
"이자 비용 급증, 재무부 송금 2029년까지 중단될 것"
충분한 준비금제도 전환·공격적 금리 인상에 직격탄
"이자 비용 급증, 재무부 송금 2029년까지 중단될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 1143억 달러, 2024년 82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허핑턴포스트US는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연준 설립 후 108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연준의 손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운영방식 변경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연준은 '희소준비금 체제'로 운영했다. 이는 은행들이 최소한 필요 자금만 보유하고,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다른 은행에서 빌리는 방식이다. 이때 연준은 은행 보유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충분한 준비금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은행들이 법정 필요 준비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연준은 은행들이 보유한 초과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연준은 단기 국채 중심의 자산 운용에서 장기 국채와 주택담보증권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이는 고정금리로 수익을 얻는 장기 자산을, 변동금리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은행 준비금으로 조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연준은 1996년부터 2022년까지 27년간 연평균 534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를 재무부에 송금해 정부 재정적자 감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금리가 낮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연준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2022년 4분기부터 적자로 전환된 후 2023년 상반기까지 손실 규모가 커졌다. 분기별 손실은 최대 300억 달러를 넘었다. 2024년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으로 대차대조표 불일치가 줄어들면서 분기 손실이 15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준은 440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5배 이상 초과하는 2200억 달러의 누적 손실을 이연자산 계정에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무부 송금이 2029년까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준은 1997년 이후 매년 1월 둘째 주에 발표하던 연간 실적 보고를 올해 처음으로 건너뛰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적자 전환 이후 재무부 송금 중단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준이 즉각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실적발표 누락이 주목받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대규모 영업손실은 통화정책 운영의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다'며 '수익성 회복과 재무부 송금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29일 투자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