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허점' 논란 확산
미·중 '빅2' 기술 패권 다툼 새 변수 떠올라
미·중 '빅2' 기술 패권 다툼 새 변수 떠올라
미국 당국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 확보 경로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31일(현지시각)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이 딥시크의 반도체 구매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딥시크가 싱가포르의 중개 업체를 통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제3국을 거쳐 수출 규제를 회피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자체 개발한 생성 AI 모델이 미국 제품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추고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됐다고 주장하며 미국 기술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가 대중국 수출 규제 품목이라는 점에서, 딥시크의 반도체 조달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수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딥시크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 홍보 담당자는 "당사의 파트너 기업은 적용되는 모든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사가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통제가 제3국을 통한 우회로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딥시크의 반도체 확보 경로 추적이 향후 미국의 규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트닉 장관 지명자는 이달 초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우회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수출 통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3일 중국의 2024년 집적회로(IC)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6% 증가한 5,492억 개, 수입액은 10.4% 증가한 3,85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더 디플로맷은 지난해 6월 28일 중국 기업들이 2024년 말까지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A100, H100 등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기술 플랫폼 소스엔진은 31일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제한 목록(Entity List) 추가 조치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 법인을 통해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조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