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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DEI 금지령에 美 대학가 연구비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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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DEI 금지령에 美 대학가 연구비 중단 위기

연간 830억 달러 규모 타격, 주요 대학들 비상대응, 생명과학·의학 연구 차질 우려
2023년 6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하버드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인종을 고려한 학생 입학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한 미국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시위대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6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하버드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인종을 고려한 학생 입학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한 미국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시위대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들이 연방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금지 행정명령으로 핵심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관련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대학들은 연간 총 830억 달러에 이르는 연방 연구비 지원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각)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 및 특혜 종식"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립과학재단은 모든 보조금 심사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 회계연도 국립보건원 연구비 수혜 현황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가 8억15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존스홉킨스대가 7억5000만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미시간대 앤아버캠퍼스, 워싱턴대, 펜실베이니아대가 각각 6억 달러 이상을 받았다.

존스홉킨스대 컴퓨터생물학자 스티븐 잘츠버그는 "DEI 프로그램을 통한 연구는 에이즈 치료제 개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 발전, 암 면역치료법 개발 등 미국 의료 혁신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며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했고, 이를 통해 개발된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비용 절감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비 지원 중단으로 대학원 신입생 선발도 보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DEI 관련 프로젝트의 즉각 중단 지시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는 DEI 웨비나를 취소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는 교수진의 DEI 관련 프로젝트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애리조나대 암훈련·교육 부국장 제이콥 슈워츠는 3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은 국립보건원과 국립과학재단으로부터 받는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다양성 관련 보조금을 잃을 수 있다"며 "숙련된 연구 인력이 빠져나가면 암 치료 연구를 비롯한 중요 프로젝트들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던애리조나대 나오미 리 교수는 "아메리카 원주민 고등학생 대상 과학 실험실 프로젝트도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자금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D.C. 소재 톰슨코번의 고등교육 전문 변호사 스콧 골드슈미트는 "미주리주립대처럼 이미 DEI를 제한하거나 금지한 12개 이상 주의 공공기관 사례를 참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주리주립대는 2023년 구직자 다양성 진술 요구를 중단하고 다양성 채용 정책을 폐지했으며, 포용적 참여 사무실까지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신원 보호를 요청한 한 아이비리그 대학의 공중보건 연구소장은 '이번 조치로 20년간 구축해온 연구실의 공중보건 연구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자신의 연구가 표적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WSJ은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