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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실존적 위협에 직면"...미국과 격차 확대에 트럼프發 공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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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실존적 위협에 직면"...미국과 격차 확대에 트럼프發 공포까지

2024년 시총, 美 7개사가 유럽 7개국 추월...단일시장도 불완전 지적
2021년 10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EU 조약의 여러 조항이 폴란드 헌법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헌법재판소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10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EU 조약의 여러 조항이 폴란드 헌법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헌법재판소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 경제가 미국과의 성장 격차 확대로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의 미국 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 경제가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같은 자리에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단일 시장은 아름다운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유럽 보험회사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성장을 이야기하는 반면, 유럽에 오면 모두가 우울해한다"고 말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9년 말 이후 유럽연합(EU)은 5% 성장에 그쳤지만, 미국은 12% 성장했다. 시가총액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2024년 1월 29일 기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알파벳 등 미국 상위 7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7조5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2조5000억 달러), 프랑스(2조5000억 달러),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7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을 웃도는 규모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유럽의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독일 지멘스의 롤란트 부쉬 CEO는 다보스 포럼에서 "EU의 AI 규정이 너무 모순적이어서 이행 방법조차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에 애플, 메타, 구글은 규제 우려로 유럽에서 일부 AI 제품 기능을 연기하거나 보류했다.

단일시장의 불완전성도 지적됐다. 부쉬 CEO는 "지멘스가 EU의 약 20개 시장에서 각각 4~5개의 통신회사와 거래해야 한다"며 "진정한 단일시장이 없어 스타트업들은 미국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경쟁력 보고서에서 "러시아 에너지 대체 과정에서 유럽이 1년 이상의 성장 비용을 치렀다"고 분석했다. 한 유럽 관료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실현될 경우 고에너지 가격과 환경 규제에 시달리는 유럽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의 뵈르예 에크홀름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유럽 기업이 앞으로 미국 이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슨은 이미 트럼프 취임식에 5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미국이 순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만,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클라스 노트 총재는 다보스 포럼에서 "실질 소득이 개선되고 있고 노동시장도 완전고용 수준"이라며 "경제 회복이 연기됐을 뿐 취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핑크 CEO도 "10년간 지속된 유럽 비관론이 과도하다"며 "지금이 유럽에 투자할 때"라고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