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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관제사 부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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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관제사 부족 "심각하다"

레이건 공항 67명 사망사고로 드러난 '안전 구멍'
아메리칸 항공기-군용 헬기 충돌...관제 인력 63% 수준에 그쳐
워싱턴 레이건 국립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67명의 사망사고로 미국의 심각한 항공관제사 부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워싱턴 레이건 국립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67명의 사망사고로 미국의 심각한 항공관제사 부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로이터
워싱턴 레이건 국립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67명의 사망사고로 미국의 심각한 항공관제사 부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당시 공항 관제탑은 인력 부족으로 한 명의 관제사가 두 개 포지션을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CNN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방항공청(FA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미국 전체 공항의 관제사 인력은 목표치의 70%에 머물렀다. 훈련 중인 관제사를 포함해도 79% 수준이었다.

필라델피아, 올랜도, 오스틴, 앨버커키, 밀워키 등 주요 공항의 관제탑은 목표 인력의 60%도 채우지 못했으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레이건 공항은 63% 수준이었다.

NASA 항공안전보고시스템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레이건 공항은 지난 10년간 항공기 간 충돌 위험 사고가 50건 이상 보고돼 미국 10대 공항 중 가장 많았다. 연간 6000만 명이 이용하는 라스베이거스 공항은 같은 기간 40건 이상, 레이건 공항 승객의 두 배가 이용하는 마이애미 공항은 30건의 위험 사고가 보고됐다.
FAA가 2023년 의뢰한 독립 안전검토팀의 보고서는 "관제사의 초과 근무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2012년 8월과 비교해 2023년 8월 기준으로 인증받은 관제사가 약 1000명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감사원(GAO)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 2년간 교육이 중단됐고, 기존 관제사들의 계속된 은퇴로 신규 관제사 인증 기간이 늘어났음에도 FAA는 적절한 인력 확보를 위해 제한된 노력만 했다"고 밝혔다.

메리 스키아보 전 교통부 감찰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관제사 훈련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약 3분의 1은 엄격한 기준으로 탈락한다"고 말했다.

전미 항공 교통 관제사 협회의 닉 대니얼스 위원장은 2024년 2월 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관제사들이 효율성과 안전을 위해 업무를 합치거나 분할하는 것은 일상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 소속 제니퍼 맥클렐런 의원은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이미 스트레스를 받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 노력하는 관제사들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퇴직 제도로 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AA는 성명을 통해 "2023 회계연도에 1800명 이상의 관제사를 채용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수십 년간 지속된 항공 교통 관제사 인력 감소를 역전시키는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규 채용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전력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