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튀르키예 원전 건설 명목 자금 이동, 법무부 수사 결과 제재 회피 확인...튀르키예와의 외교관계 고려해 압류 보류"

러시아가 튀르키예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동시킨 20억 달러가 JP모건체이스에 묶여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 자금의 처리를 두고 외교적 고려 사항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튀르키예로 송금된 50억 달러 규모의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이 자금은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대금으로 설명됐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법무부 조사관들은 러시아와 튀르키예가 이 원전 프로젝트를 활용해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우회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자금은 미국의 대형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을 거쳐 이동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자금 이동 구조는 복잡하게 설계됐다.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가즈프롬방크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의 튀르키예 원전 건설에 90억 달러를 대출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비밀리에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는 튀르키예의 달러 확보와 러시아의 역외 달러 준비금 조성이라는 이중 목적을 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튀르키예 최대 국영은행인 지라트은행이 자금 이동의 중간 거점 역할을 했다. 이 매체는 튀르키예가 당시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자율 인상 없이 리라화를 방어할 달러 자금이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측에서는 이브라힘 칼린 당시 대통령 대변인(현 정보국장)과 누레딘 네바티 당시 재무장관이 자금 이동에 관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 검찰은 2024년 이 자금이 제재 회피, 자금 세탁, 은행 사기 수익금이라는 이유로 압류를 시도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튀르키예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최종 단계에서 제동을 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튀르키예가 시리아 안정화, 가자 전쟁 종식, 대테러 작전 등에서 미국의 중요 협력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로사톰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원전 프로젝트에 할당된 모든 자금은 건설과 계약업체 지불, 튀르키예 내 기타 사회적, 재정적 의무 이행에 사용됐다"며 "제3자 영향으로 부당하게 보류된 자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는 이 매체에 "미국 정부는 제재 체제를 계속 검토하고 회피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튀르키예 국영 할크방크의 이란 제재 위반 사건이 양국 관계의 갈등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