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능력 요건 폐지, 체류 일수 대폭 축소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뉴질랜드가 경기 침체 극복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골든 비자'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영어 능력 요건을 폐지하고, 국내 체류 일수를 대폭 축소하는 등 부유한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각) 전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일요일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뉴질랜드에서 훨씬 더 많은 '예'를 말하고 훨씬 더 적은 '아니오'를 말해야 한다"며, "이번 변화는 투자에 '웰컴 매트'를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투자 희망자는 뉴질랜드 국내 사업체에 500만 뉴질랜드달러(약 41억670만 원)를 직접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경우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거주 자격을 얻기 위한 국내 체류 일수는 기존 4년 동안 117일에서 3년 동안 21일로 대폭 축소되었다.
1000만 뉴질랜드달러(약 82억1340만 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에는 5년 동안 105일만 거주해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에리카 스탠퍼드 이민부 장관은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장기간 국내에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규정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그동안 부유한 투자자들을 유치하여 경제 발전을 도모해 왔으나, 2017년 억만장자 피터 틸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신다 아던 전 총리 시절인 2022년에는 투자 비자 관련 규정을 강화하여 외국인 투자가 주식과 채권이 아닌 뉴질랜드 기업으로 유도되도록 노력했으나, 오히려 '액티브 투자자 비자' 신청자가 이전 제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니콜라 윌리스 뉴질랜드 재무 및 경제 성장 담당 장관은 "2022년 도입된 아던 제도 하에서 단 7000만 뉴질랜드달러(약 574억9380만 원)만 투자되었다"며, "이는 이전 제도 하에서 2020년까지 2년 동안 22억 뉴질랜드달러(약 1조8069억 )였던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니레버와 에어 뉴질랜드 임원 출신인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노동당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폐지하며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머레이 앤 코의 투자 은행가인 저스틴 머레이는 이번 비자 변경 조치에 대해 "우리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리는 현명한 계획"이라며, "고품질의 부유한 이민자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들은 관심을 끊는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