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AI 투자 늘리고 일자리는 줄인다...'고용 역설' 현상 뚜렷
![AI 확산을 상징하는 그림.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121314001303fbbec65dfb1161228193.jpg)
IT 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 여파로 심각한 고용 한파를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IT 부문 실업률이 지난해 12월 3.9%에서 올 1월 5.7%로 급등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발표했다. 이는 1월 전체 실업률 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얀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보고서에 따르면, IT 분야 실직자 수는 지난해 12월 9만8000명에서 올 1월 15만2000명으로 5만4000명 늘었다. 이는 2020년 이후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라고 인디드(Indeed)의 코리 스탈(Cory Stahle)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얀코 어소시에이츠의 빅터 자눌라이티스(Victor Janulaitis)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 작성과 사무관리 같은 일상적인 IT 업무가 사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프로그래머와 시스템 설계자 인력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새로운 IT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이 'AI 비용 회피' 전략을 채택하면서 신규 채용 대신 AI 도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월 신규 일자리는 14만3000개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다.
고용정보 사이트 인디드(Indeed)의 분석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공고는 올 1월 기준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스탈 이코노미스트는 "화이트칼라 지식근로자에 대한 고용주 수요가 대면 서비스직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IT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5% 감원을 발표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도 이달 초 직원 8.5%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자눌라이티스 CEO는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재정 계획에서 예산 삭감을 결정했고, 이를 올해 본격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새로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 보안기업 넷스코프(Netskope)의 마이크 앤더슨(Mike Anderson) 최고디지털정보책임자(CDIO)는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클라우드 운영 엔지니어 등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디드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초 100% 이상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던 채용시장은 2022년 중반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3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2024년부터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