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책 준비하며 대화 모색...유럽 등 각국, 트럼프 통상압박 대응법 벤치마킹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에 대해 실용적 접근법으로 위기를 극복해 세계 정상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45분간의 긴장감 넘친 전화통화에서 통역과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무역, 마약, 이민 등 핵심 이슈에 대해 트럼프와 의견 충돌을 피하면서도 멕시코의 이익을 지켜냈다. 이 회담에 정통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전했다.
협상의 핵심은 멕시코가 국경에 1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펜타닐 유입과 불법이민을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19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2만8000명의 병력을 과테말라 국경에 배치했던 선례를 따른 것이다. 양국은 이 조치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한 달간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다. 이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셰인바움은 트뤼도 캐나다 총리처럼 공화당 지지 지역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준비했으나, 트럼프를 궁지로 몰지 않기 위해 통화가 끝날 때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화요일 첫 1분 이내에 모든 멕시코 수출품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긴장 고조의 배경에는 백악관의 강경한 입장이 있었다. 백악관은 관세 발표 당시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이 멕시코 정부와 용납할 수 없는 동맹을 맺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셰인바움은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며, 미국이 펜타닐 사용 억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150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는 실제 적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멕시코의 대미 제조업 수출품에는 미국산 부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멕시코는 자동차부품부터 천연가스, 옥수수에 이르기까지 주요 미국 상품의 최대 구매국"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의 영향으로 금융시장도 반응했다. 팩트세트 자료에 따르면, 2월 초 6040포인트에서 시작한 S&P500 지수는 관세 유예 발표 시점에 5990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2월 7일 6080포인트까지 반등한 후 같은 날 종가에 6020포인트를 기록했다.
멕시코의 협상술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캐나다 정부 고위 관리는 이번 합의가 미국의 징벌적 관세를 피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펜타닐 단속을 위한 특별 직책을 신설하고 1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관리들도 멕시코와 캐나다의 대응을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의 군사전문가 라울 베니테스는 "펜타닐 밀수꾼들의 개미같은 거래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멕시코는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약 두목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펜타닐 실험실을 제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인권운동가이자 학자인 세르히오 아구아요는 "수년에 걸쳐 셰인바움은 훌륭한 실용주의를 획득했다"면서 "트럼프 역시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현재 75%의 지지율로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3월 4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트럼프와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멕시코 비즈니스 리더들은 그녀가 미국 대통령과 다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