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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도체 고관세 정책, 미국의 AI 패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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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도체 고관세 정책, 미국의 AI 패권 위협

고관세로 AI 칩 수급 차질... 美 기술 기업 3350억 달러 투자 계획 타격 우려
TSMC 의존도 높은 상황서 수입 제한시 AI 개발 지연 불가피·증시 타격 예상


2024년 12월 5일 대만 타이난에 있는 대만 남부 과학공원의 TSMC Fab 18 앞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2월 5일 대만 타이난에 있는 대만 남부 과학공원의 TSMC Fab 18 앞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Barron's)는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토 중인 반도체 수입 관세 정책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협하고 주식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혁신과 AI 모델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에너지와 인허가 규제 완화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주요 걸림돌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정책이 이러한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1월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연설에서 국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수입 반도체에 25%, 50%, 심지어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에서 면담한 자리에서도 "좋은 만남이었다"면서도 "결국에는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번 주 월요일 트럼프 행정부가 AI 시스템과 AI 칩의 국내 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배런스는 현재 미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으로는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100억~200억 달러의 비용과 약 4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생산하는 대만의 TSMC만이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최상위 칩 설계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런스는 미국의 자체 반도체 생산 역량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언급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분기에 4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23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TSMC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의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 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이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전 세계 생산능력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관세 정책은 최근 발표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취임 직후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투자은행 UBS는 이 중 데이터센터 지출의 40%가 AI 서버 랙 구매에 사용될 것으로 추산했으며, 5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프로젝트 비용이 1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기술기업들의 AI 투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닷컴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5년 자본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 투자 규모는 3350억 달러로, 수주 전 전망치보다 16% 높은 수준이다.

배런스는 "트럼프가 반도체 수입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AI 산업이 미국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며 "행정부가 결국 정책을 철회하고 시장이 반등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정책은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1월 연설에서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하며 더 이상의 관세 면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제정한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재협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반도체 수출과 미국 내 공장 건설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으며, AI 반도체 사업 확장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