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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예산안 '격돌'...하원-상원 공화당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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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예산안 '격돌'...하원-상원 공화당도 갈등

민주당, 대규모 국경안보 예산안에 대응 전략 모색
공화당 내부서도 처리 방식 놓고 이견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이 일출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이 일출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민주당-뉴욕)가 공화당의 예산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토요일 컨퍼런스콜을 소집했다고 악시오스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다음 주로 예정된 예산안 조정을 위한 '라마 투표(vote-a-rama)'를 앞두고 당의 대응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라마 투표'는 예산 조정안이 상원에 상정될 때 의원들이 최장 50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수정안을 제출하고 표결할 수 있는 특별 절차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예산위원장(공화당)이 제시한 예산안에는 1750억 달러 규모의 국경 안보 지출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존 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공화당)는 다음 주 중 그레이엄 의원의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조지아주 대학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불법이민자 처벌 강화법인 레이켄 라일리 법(Laken Riley Act)과 같은 이민 관련 쟁점에 대해 소속 의원들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화당 반대 전략을 위한 의원들의 결집 시점과 개별 의원들의 이탈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민주당-뉴욕)와 슈머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제시한 감세안과 메디케이드 등 복지 프로그램 삭감 시도에 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제안한 수정안을 역으로 활용해 공화당을 압박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활동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방정부 축소 시도에 대한 더욱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직 민주당 의원들은 연방법원 항소 외에는 즉각적인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개혁을 주도했던 러스 보우트의 예산관리국장 인준에 반대하며 밤샘 토론을 진행했으나, 당내 투표에서 인준이 통과됐다.

악시오스는 다수의 의원들이 트럼프에 대한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진보 진영의 압박 캠페인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번 예산안 심의 과정이 트럼프와 공화당이 추진하는 정책 삭감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입장을 공식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화당 내부에서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2일 2조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는 새 예산안을 발표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이 예산안은 최대 4조5000억 달러의 세금 감면과 함께 4조 달러의 부채 한도 증액을 담고 있다. 존슨 의장은 "이 제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원 공화당은 예산안을 국경안보·국방·에너지 분야와 세금 문제로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레이엄 상원 예산위원장은 "선거운동은 끝났고 이제 국가를 운영할 때"라며 "약속한 바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화당 내부 갈등은 예산안의 최종 타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