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I칩 협력·국방비 증액으로 맞서
베트남, 농산물 수입·LNG 구매 제안
인도, 불법이민자 송환까지 약속
베트남, 농산물 수입·LNG 구매 제안
인도, 불법이민자 송환까지 약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압박에 아시아 주요국들이 각각 산업 특성을 고려한 실리적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만은 첨단기술 협력을, 베트남은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인도는 에너지·국방 협력과 함께 불법 이민자 송환까지 약속하며 통상마찰 해소에 나섰다.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은 14일 타이베이에서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한 뒤 "대만은 미국이 제조업 부문을 재건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력을 공고히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글로벌 반도체 민주주의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늘리는 특별예산을 제시했다.
대만의 2023년과 2024년 해외투자 중 미국 비중은 40% 이상으로, 중국 투자 비중(각각 11%, 8%)을 크게 앞질렀다. 라이 총통은 "대만의 대미 직간접 투자가 2024년까지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응우옌 홍 디엔 무역부 장관은 14일 마크 내퍼 주베트남 미국대사와의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농산물 수입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도 검토 중이며, 베트남 저가항공사 비엣젯은 보잉 737 맥스 제트기 200대 구매 계약을 이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록히드마틴 C-130 허큘리스 군용 수송기 구매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3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50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며 미국을 자국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현재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은 러시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순이며 미국은 5위다. 양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거래도 추진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불법이민 문제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누구든지 다른 나라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면 그 나라에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며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인도인이 확인되면 돌려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는 2월 5일 미국에서 추방된 100명 이상의 자국민을 수용했다.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적자는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만과의 상품 무역적자는 7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6% 증가했다. 같은 해 베트남과의 무역적자는 1235억 달러로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4위, 인도와의 무역적자는 4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13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계획을 지시하기 전, 행정부는 무역 흑자가 가장 크고 관세가 가장 높은 나라들을 먼저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보면서도 높은 수입장벽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우선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평균 수입 관세는 9.4%로,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의 2024년 대미 무역흑자는 1235억 달러로,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