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 모빌리티, 최소 15개월 판매 실적 보유한 29개 전기차 모델 분석
토요타 bZ4X는 34% 기록하며 최하위...메르세데스-벤츠 EQ 라인업도 고전
토요타 bZ4X는 34% 기록하며 최하위...메르세데스-벤츠 EQ 라인업도 고전

15일(현지시각)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9월까지 집계된 아이오닉 5 구매자의 74.2%가 다른 브랜드에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소 15개월의 판매 실적을 보유한 29개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존 고객이 아닌 타 브랜드 고객을 유치하는 판매를 '정복(conquest)'이라고 부른다. 이는 시장점유율 확대의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 라인업에서 높은 정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65.5%), 코나 전기차(65.3%)가, 기아는 EV6(70.3%)와 니로 전기차(62.0%)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아이오닉 5의 정복률은 현대차 브랜드 평균(52.5%)을 21.7%포인트 웃돌았으며, EV6 역시 기아 브랜드 평균(57.4%)을 12.9%포인트 웃돌았다.
포드의 경우 머스탱 마하-E(59.5%)와 F-150 라이트닝(58.2%)이 브랜드 평균(36.4%)을 20%포인트 이상 상회하며 전기차 전환의 성과를 보였다. 반면 포르쉐 타이칸은 61.2%의 정복률을 기록해 브랜드 평균(61.5%)을 소폭 하회하며, 상위권 모델 중 유일하게 브랜드 평균을 밑도는 특이점을 보였다.
반면 토요타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bZ4X는 33.5%의 정복률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그쳤다. 이는 토요타 브랜드의 평균 정복률(40.5%)을 7%포인트 밑도는 수치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bZ4X의 경우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가 경쟁 모델 대비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바루 솔테라(45.3%)와 렉서스 RZ(47.5%)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닛산의 전기 SUV 아리야(40.9%)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라인업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EQE(45.3%), EQS(49.5%) 등 주력 모델들이 브랜드 평균(53.1%)을 밑도는 정복률을 기록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EQ 라인업의 둥글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적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정복률을 기록한 모델들은 공통으로 우수한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높은 출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권 모델들은 이러한 핵심 성능 지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정복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기차 모델이 아직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기존에 선호하던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브랜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전환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브랜드들에게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과 충전 인프라가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제조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