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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자원 50% 양도' 요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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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자원 50% 양도' 요구 거부

젤렌스키 대통령 "안보 보장 없는 제안 수용 불가" 밝혀
미래 원조 보장 없이 과거 지원 대가 요구에 반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광물자원의 50%에 대한 권리를 미국에 양도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16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의 제안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 역제안을 전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여러 미국 의원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 문서에서 안보 보장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면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제안을 공식적인 안보 협정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양해각서로 평가했다.

앞서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우크라이나 광물자원의 50%를 미국에 양도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제안을 전달했다. 당시 베센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를 더욱 얽히게 하기 위한" "경제적 합의"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면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장기적인 안보 방패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협상에 직접 관여했거나 제안 내용을 브리핑받은 5명의 관계자들이 NYT에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측은 흑연, 리튬, 우라늄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광물자원 50%에 대한 권리를 요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관리와 에너지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신규 채굴권 판매 수익의 50%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석유가스 기업 나프토가스(Naftogaz)의 올해 순이익은 5억 달러를 초과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수익은 현재 거의 전액이 우크라이나 국방비로 투입되고 있다.

키이우경제대학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티타늄, 리튬, 우라늄 광석을 포함해 109개의 주요 광물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이미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이나 전선 인근에 위치해 있다. 2022년 8월 캐나다의 지정학 위기 분석회사인 세크데브(SecDev)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근거하면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자원의 경제적 가치는 약 12조 4000억 달러(약 1경 7902조 원)로 추정된다.

이 제안의 또 다른 쟁점은 광물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뉴욕을 관할 법원으로 지정한 조항이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두 관계자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우크라이나가 이 제안이 뉴욕 법에 따라 집행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지난해 여름 젤렌스키 정부가 먼저 제시한 구상에서 비롯됐다. 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의 비즈니스 중심 접근방식에 호소하고 군사·재정 지원 중단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회담에서 광물자원 거래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포함한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트럼프의 부유한 친구인 로널드 S. 라우더 등 미국 사업가들도 우크라이나 광물자원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 외교관이자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차장을 지낸 코스탸틴 옐리시예프는 NYT 인터뷰에서 "이 거래는 러시아에 선전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면서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독립이나 민주주의가 아닌 천연자원을 둘러싼 싸움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