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기후 의제 전환으로 중국 친환경 산업 과잉생산 위기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후정책 전환이 중국의 녹색산업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 탈퇴,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 중단, 화석연료 인프라 승인 가속화 등 서방의 기후 의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통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 조치들이 주요 뉴스가 되었을 것이나, 최근 워싱턴의 급박한 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중국의 녹색산업 장악이 자리 잡고 있다. WSJ는 중국이 서방의 기후정책을 자국의 미래 경제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해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범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통해 태양광 전지,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과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신문은 "이런 투자가 중국의 놀라운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 기획자들은 소련의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시대 계획가들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테크노크라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WSJ는 "가장 뛰어난 기획자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이 현재 일자녀 정책의 파괴적인 인구학적 결과, 부동산 거품에 내재된 금융·사회적 압박, 수십 년간의 적극적인 국가 계획으로 인한 산업 과잉설비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의 탄소중립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 정책은 역사상 가장 야심찬 국제적 노력으로, 전 세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추가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전환 비용은 수조 달러에 달하며, 농업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WSJ는 탄소중립 정책의 지속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첫째,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 증가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 둘째, 기후친화적 기술에 투자한 산업계가 규제와 보조금 유지를 위해 로비할 것, 셋째, 탄소중립 산업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신문은 "유권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증가했지만, 중국이 탄소중립 산업을 장악하면서 서방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지지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전했다. 많은 서방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했음에도 중국과의 전기차 경쟁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트럼프는 2025년 1월 21일 취임식에서 사실상 '화석연료 해방의 날'을 선포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그린뉴딜 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친환경차로 하는 목표를 겨냥한 것이다.
더불어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폐지하고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강경한 기후정책 폐기 의지를 드러냈다. WSJ는 이러한 조치들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태양광 시장의 경우, 2025년에는 설치 증가율이 1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4년의 35% 성장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인해 중국은 탄소중립 산업의 심각한 과잉설비 문제에 직면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배터리 생산업체, 전기차 제조사들이 시장 포화, 가격 하락, 재고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의 경쟁사들은 국가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막기 위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경제 계획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를 전제로 하지만, 트럼프의 재집권과 그가 가져온 변화의 소용돌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혼돈스러운 곳임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특히 기술혁명이 경제·사회·정치 지형을 연이어 재편하는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세계가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중국이나 탄소중립 정책의 테크노크라트들 모두 앞으로 닥칠 폭풍을 헤쳐나갈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