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6276억 달러(약 904조1833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한 수치로, 2015년 3352억 달러와 비교하면 10년간 약 87%의 성장을 이룬 것이다.
중국 전자보(中国电子报)는 지난 16일(현지시각)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세 차례의 경기 순환과 두 번의 '블랙스완' 사태를 겪으며 4000억 달러, 5000억 달러, 6000억 달러의 고지를 연이어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 3번의 사이클, 성장을 거듭한 반도체 산업
첫 번째 사이클(2015-2018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5년 3352억 달러에서 시작해 2016년에는 338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PC/컴퓨터와 통신 단말기가 전체 시장 수요의 61%를 차지했으며, 산업 및 자동차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7년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성장을 견인하며 2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전체 매출은 61.5% 증가했는데, 세부적으로는 DRAM이 76.8%, NAND가 47.5% 증가했다. 2018년에는 4688억 달러의 매출과 함께 총 출하량이 1조 개를 돌파했다.
두 번째 사이클(2019-2022년 상반기)에서는 글로벌 무역 불안과 제품 가격의 주기적 변동 등 여러 불안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9년에는 글로벌 무역 분쟁의 여파로 매출액이 4121억 달러로 하락하며 2001년 이후 최대 폭인 1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32.6% 급감했으며, DRAM은 37.1%, NAND는 25.9% 하락했다.
이후 2020년 4404억 달러로 회복세를 보였고, 2021년에는 5559억 달러로 크게 반등했다. 2021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매출액이 26.2% 급증했는데,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이 26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자동차 집적회로 부문은 34.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22년에는 5741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세 번째 사이클(2022년 하반기-2024년)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무역 마찰 등의 영향으로 2023년 5268억 달러까지 하락했으나, 2024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6276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6000억 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특히 DRAM 매출액이 82.6% 급증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 두 차례의 '블랙스완', 시장 변동성 키워
첫 번째 블랙스완은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이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미국 상위 25개 반도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됐다.
두 번째 블랙스완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켰으나, 역설적으로 디지털 경제와 온라인 경제를 활성화시켜 네트워크 정보 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특히 2020년 초 자동차 업계의 주문량 감소로 인한 반도체 업계의 보수적 생산 기조가 이후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 생성형 AI,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4년 초 반도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19.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의 26.2%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23년 대부분 지역의 반도체 시장이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유럽 시장만이 유일하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유럽 기업들의 선전 덕분이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유럽 시장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생성형 AI는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수요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으며, 2위 업체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024년에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AI로 인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를 제외하면 업계 전체는 이제 막 침체에서 벗어난 수준"이라고 밝혔다.
WSTS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6972억 달러에 이르러 전년 대비 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강화 학습 기반의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