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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디지털 대장정', AI·전기차·IT 기업들과 새 성장 동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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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디지털 대장정', AI·전기차·IT 기업들과 새 성장 동력 찾는다

알리바바·화웨이·BYD 등 기술기업 수뇌부 총집결..."민간 기업이 미래 성장 주역"
2025년 2월 1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 단지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민간 기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딥시크(DeepSeek) 설립자 량원펑(Liang Wenfeng)과 악수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1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 단지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민간 기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딥시크(DeepSeek) 설립자 량원펑(Liang Wenfeng)과 악수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전쟁 속에서 첨단기술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가동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열린 민간 기업 심포지엄은 중국의 이런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새로운 생산력' 구현의 핵심 주역으로 화웨이, BYD,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딥시크 등 주요 첨단기술 기업 수장들을 최전선에 배치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를 돌파하고 침체된 국내 경제를 되살리려는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마스 중국 정치 연구원은 "기업가들의 라인업은 시 주석이 민간 부문에 대한 우선순위가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보 달성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지원하는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2018년 행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회사 뉴소프트(Neusoft)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완샹(Wanxiang) 등 다양한 산업의 중소기업들이 참석했으며, 텐센트와 바이두는 참석했지만 맨 앞줄에 앉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인들에게 "재능을 보여주고" 중국 모델과 시장의 힘에 확신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민간 기업이 국영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컨퍼런스보드 중국센터의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 소장은 "중국 지도부는 경제에 대한 국가 중심의 접근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이 기술 자립 구축을 포함한 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이를 활용해 수출 통제와 기술 제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혁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참석자로는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와 BYD의 왕촨푸가 시 주석의 맞은편에 착석했다. 과거 베이징의 민간 부문 단속 대상이었던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포니마도 앞줄에 자리했다. 특히 마윈의 참석은 2020년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중단 이후 첫 공식 석상 등장이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 창업자도 지난달 새로운 AI 모델 공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폴 트리올로 기술정책 책임자는 "이번 기업가 라인업은 단순히 중국 경제를 관리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의 힘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면서 "중국이 새로운 경제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성공하기를 바라는 첨단기술 기업들을 총동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 전기차, 반도체 등 미국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들을 통해 기술 자립을 달성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이번 움직임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자 지출 부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오는 24-25일 회의에서 민간경제 촉진법 초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민간 기업에 대한 평등한 대우와 보호를 보장하는 법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의 주톈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과 민간경제 촉진법은 민간부문의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재정 및 통화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를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는 고객 메모를 통해 "혁신 산업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지원, 지속적인 거시 정책 지원, 영업 실적 및 기타 펀더멘털 개선이 중국 기술 섹터의 아웃퍼폼을 이끄는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의 실망스러운 경험이 투자자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어 지나친 낙관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홍콩 증시에서 항셍 테크 지수는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알리바바 주식은 시 주석과 마윈의 악수 장면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방영된 후 2% 상승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