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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유 수요, 30년 만에 첫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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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유 수요, 30년 만에 첫 감소세

전기차 급증·경기 둔화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지위 흔들려
2022년 7월 18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와이디아오섬 앞바다의 석유 터미널에 정박하는 원유 유조선을 돕는 예인선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18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와이디아오섬 앞바다의 석유 터미널에 정박하는 원유 유조선을 돕는 예인선의 모습. 사진=로이터

글로벌 석유시장을 30년간 주도해온 중국의 석유 수요가 역사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세계 석유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와 인도의 부상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1,100만 배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24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충격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연간 감소세다.

차이나내셔널페트롤리엄(CNPC)은 도로 연료 판매가 2023년에 정점을 찍었으며, 향후 10년간 판매량이 25~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의 절반인 하루 60만 배럴을 차지하며 글로벌 석유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고속 성장을 견인했던 부동산 건설과 지방정부 투자가 위축되며 전반적인 경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25%를 차지하던 부동산 산업의 하강세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중국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이 석유 수요 감소를 가속화했다. 2024년 11월, 중국의 1,000만 번째 전기차가 생산라인을 통과했는데, 이는 2023년 생산량을 7주 앞당겨 달성한 기록이다.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975만 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판매는 2023년 7월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추월해 전체 자동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추이동슈(Cui Dongshu) 사무총장은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으로 차량당 최대 2,800달러가 지원되면서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급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 소재 전기차 데이터 제공업체 CnEVPost의 파테 장(Phate Zhang) 설립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판매가 기존 휘발유 자동차를 추월함에 따라 기존 생산시설과 인력이 불필요해질 것이며, 휘발유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향후 몇 년 동안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에스피지씨아이(SPGCI)의 강 우(Kang Wu) 거시·석유수요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에 따르면 2024년 인도의 석유 수요는 하루 18만 배럴 증가해 중국의 14만 8,000배럴 증가를 앞설 전망이다. 2025년에는 인도가 3.2%, 중국이 1.7%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피치솔루션의 엠마 리차즈(Emma Richards) 선임 애널리스트는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 성장 엔진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신흥시장 석유 수요 증가에서 중국의 비중은 50%에서 15%로 감소하는 반면, 인도는 24%로 두 배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도 프라하드 조시(Pralhad Joshi) 석탄장관은 "석탄이 2040년까지 인도의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도에서 석탄은 아직 수요가 정점에 이르지 않은 저렴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세계 석유 수요가 2050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보다 5년 앞선 2045년을 수요 정점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2030년 하루 1억 1,020만 배럴, 2035년에는 1억 1,35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향후 10년 이내 구조적 장기 정점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주기적 하락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현재 수요 전망의 차이가 상당한 투자 불확실성을 야기해 장기적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