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물가·금리 불확실성에 개인 투자심리 '얼어붙어'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장 불확실성 요인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흔들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각)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비관론이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향후 6개월 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47.3%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년간 이어진 강세장의 낙관론이 무역전쟁 위협, 규제 환경 변화, 고착화된 물가 상승,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24년 23% 상승하며 일부 종목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 수준에 도달한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관세 정책의 혼선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AAII 조사에서 응답자의 57.4%는 관세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10일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발표 후 시장이 요동쳤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수일 만에 수입품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연기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지난 14일 발표된 예상보다 높은 물가지표로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연내 2~3차례 예상했던 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전망도 악화됐다. S&P글로벌 투자매니저지수에 따르면 2월 들어 위험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했으며, 향후 한 달간의 미국 주식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우려는 소비자 심리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야르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 대표는 "투자자들은 어떤 정책이 지속될지, 어떤 것이 폐기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는 반드시 비관론을 의미하진 않지만, 낙관론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 거주 은퇴자 톰 예거(74)는 최근 성장주에서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 펀드로 60만 달러를 옮겼다. 그는 "멕시코나 캐나다와 같은 오랜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나 그린란드 영토 매입 추진과 같은 결정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장 방향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작년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들의 상승세도 둔화됐다.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세븐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2.08% 상승에 그쳐 주요 지수들의 수익률을 하회하고 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 자료에 따르면 1월 미국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순유출액이 1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628억 달러 순유입과 대조적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반드시 부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반대 투자 지표로 활용하며, 비관론이 고조될 때 매수에 나서고 낙관론이 정점일 때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기술전략가는 "지난 2년간의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이 낙관적 전망에 익숙해졌다"며 "올해는 이러한 기대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