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공들인 '머지' 철수 선언…업계 파장
글로벌 기업·현지 브랜드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글로벌 기업·현지 브랜드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철수가 이어지면서 K-뷰티의 현지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베트남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19일(현지시각) 한국 화장품 브랜드 '머지(Merzy)'가 9년간의 베트남 시장 운영을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머지는 공식 팬페이지를 통해 철수를 발표하면서 "각 립스틱과 브러시가 단순한 제품이 아닌, 고객들과 함께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청춘의 찬란한 순간을 즐기는 방법이었다"며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철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2016년 출시된 머지는 '내 안의 또 다른 나(Another me inside of me)'라는 슬로건으로 립스틱, 쿠션 파운데이션, 아이라이너 등 색조 화장품을 주력으로 삼았다. 15~35세 여성, 특히 학생과 중산층을 타깃으로 제품 가격대를 20만 동(약 1만1300원) 이하로 책정하며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머지는 20개 이상의 립스틱 컬렉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10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다. 베트남에서만 500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일부 제품은 출시 24시간 만에 1만 개가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24억 달러(약 3조4572억 원)로 예상되며, 이는 2023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7억 달러(약 3조8898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뷰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기적으로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의 비율이 76%에서 86%로 증가하며 꾸준한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하면서 로레알(L'Oréal), 시세이도(Shiseido)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둔 한국 브랜드들이 온라인 채널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브랜드들이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상황도 한국 브랜드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이글립스(EGlips)가 7년간의 베트남 사업을 종료했다. 중저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잇단 철수로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시장에서 K-뷰티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