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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부동산 시장 '양극화'...거래량·가격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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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부동산 시장 '양극화'...거래량·가격 희비 엇갈려

지난주 400만 달러 이상 주택 41건 계약...3년 만에 최다
그리니치빌리지 등 일부 지역 매물가 31% 급락...가격 조정 가속
브루클린 34개 지역은 매물가 100만 달러 돌파
2023년 4월 14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 스카이라인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4월 14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 스카이라인 전경. 사진=로이터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시장이 새해 들어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급주택의 거래량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일부 프리미엄 지역의 매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맨션 글로벌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지난주 400만 달러 이상 고급주택의 계약 건수가 41건을 기록했다. 올샨 부동산(Olshan Realty)은 이번 성과가 2022년 5월 초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거래를 주도한 것은 신축 콘도였다. 계약이 체결된 41채 중 콘도가 26채로 가장 많았고, 이 중 20채가 신축 건물이었다. 나머지는 협동 아파트 10채, 타운하우스 5채로 집계됐다. 올샨 부동산의 도나 올샨(Donna Olshan) 사장은 "고급주택 시장이 계속해서 인상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거래된 주택의 총액은 3억6640만 달러에 달했다. 주택 한 채당 중간 매물가는 650만 달러였으며, 평균 할인율은 16%를 기록했다. 매물로 나온 기간은 평균 962일로 집계됐다.

최고가 거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맞은편 5번가의 맨션이다. 이 주택은 2021년 중반 8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가 4990만 달러에 계약이 체결됐다. 1만6000평방피트 규모의 이 석회암 타운하우스는 침실 10개, 욕실 7개, 주방 5개를 갖추고 있다.

두 번째로 비싼 거래는 웨스트 빌리지의 140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콘도다. 이 물건은 지난해 9월 205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가 오히려 가격이 올라 2200만 달러에 계약됐다. 4590평방피트 규모에 침실 4개, 욕실 4.5개, 온실을 갖출 예정이다.

반면 맨해튼의 일부 고급 주거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맨션 글로벌이 지난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리니치 빌리지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상장된 100채 주택의 중간 가격이 157만7000달러로, 전년 대비 31% 하락했다. 미드타운도 중간 매물가가 198만 달러로 28% 가까이 떨어졌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스트리트이지(StreetEasy)의 조사 결과, 뉴욕시 전역의 1월 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5.2% 감소했으며, 중간 매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했다.

가격 하락 현상은 맨해튼에 집중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신규 매물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10개 지역 중 8곳이 맨해튼에 위치해 있다. 첼시(145개)와 미드타운(130개)에서 신규 매물이 가장 많이 나왔다.

다만, 브루클린에서는 34개 지역의 중간 매물가가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자치구 전체의 중간 매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한 110만 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시 5개 자치구 전체의 중간 매물가는 3.7% 하락한 89만 달러로 집계됐다.

스트리트이지는 이러한 가격 하락이 "최근 시장에 진입한 판매자들의 전략적 가격 책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주택이 판매되는 속도가 올 봄에 시장에 진입하려는 구매자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높은 모기지 금리와 함께 재고 감소는 시장을 판매자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맨해튼 고급주택 시장의 최근 동향이 미국 경제의 복합적인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그리니치 빌리지와 미드타운 등 프리미엄 지역의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받는 가운데, 400만 달러 이상 고가 주택의 거래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판매자들의 가격 조정과 구매자들의 잠재된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거래된 고급주택의 평균 할인율은 16%에 달했으며, 이는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