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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신형기 돌풍에 보잉 추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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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신형기 돌풍에 보잉 추락 위기

A321XLR 500대 수주...보잉 핵심 고객사도 이탈
연구개발 투자·제품군 격차 확대로 시장 지배력 재편되나
2018년 6월 14일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의 새로운 A320 생산 라인에서 에어버스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6월 14일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의 새로운 A320 생산 라인에서 에어버스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보잉의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에어버스 신형 항공기 A321XLR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제조 혼란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보잉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가 지난해 말부터 인도를 시작한 A321XLR은 현재까지 500대 이상의 주문을 확보했다. 특히 보잉의 오랜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잉 757을 운용해온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이를 대체할 기종으로 A321XLR을 선택했고, 호주 콴타스항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에어버스의 협동체 항공기 도입을 결정했다.

A321XLR의 핵심 경쟁력은 날개 뒤쪽의 대형 연료탱크다. 이를 통해 최대 220명의 승객을 11시간까지 수송할 수 있어 대서양 횡단 노선 취항이 가능하다. 통로가 하나인 좁은 동체의 협동체(Narrow-body) 항공기보다 비행거리가 크게 늘어난 동시에, 통로가 둘인 넓은 동체의 광동체(Wide-body) 항공기보다 적은 승객으로도 수익성 있는 운항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에어버스는 2019년 737 MAX 사고 이후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매년 항공기 인도량과 순주문에서 보잉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협동체 항공기 주문은 에어버스가 7500대 이상을 기록해 보잉을 크게 앞섰으며, 전통적으로 보잉이 우위를 보이던 광동체 항공기 시장에서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제품 라인업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현재 에어버스는 12개 기종을 생산하는 반면, 보잉은 6개 기종만 판매 가능하며 그중 4개는 여전히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보잉은 2004년 757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2020년에는 A321XLR과 경쟁할 신형기 개발 계획마저 백지화했다. 현재 주력 기종인 737 MAX 10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에어버스는 상용기 부문에서만 129억 달러를 투자한 반면 보잉은 80억 달러에 그쳤다. 에어버스는 경량 기체와 고효율 엔진, 접이식 날개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며 2030년 출시, 2037~2038년 취항을 목표로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달 수소 동력 항공기 개발 계획은 연기했다.

반면 보잉은 지연된 기종의 시장 출시에 집중하기 위해 차세대 항공기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X-66 프로젝트에서 일부 엔지니어들을 재배치했다. 보잉은 20년 넘게 새 항공기를 출시하지 못했다. 지난 2004년 발표한 787 개발에는 수백억 달러의 비용과 7년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설계 구상에도 비슷한 기간이 걸렸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사내 브리핑에서 "에어버스와의 경쟁보다 내부 논쟁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며 "신형기 개발을 위해서는 현금 창출 능력 회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크리스티안 셰러 에어버스 상용기 부문 대표는 "보잉의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체스판의 퀸이 주는 위협에 대응하기보다 더 자유로운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체스 게임에 비유해왔다.

다만 보잉도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터키 페가수스항공은 지난해 12월 최대 200대의 MAX 10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메리칸항공도 지난해 3월 85대를 추가 주문하며 MAX 10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보잉 대변인은 "X-66 프로젝트에 계속 투자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기술이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