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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세에 지난해 6월 대비 주가 3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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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세에 지난해 6월 대비 주가 30% 급락

AI용 HBM 부진에 실적 악화
SK하이닉스와 격차 확대도 부담
2023년 6월 13일 대한민국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에서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로고가 있는 깃발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6월 13일 대한민국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에서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로고가 있는 깃발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AI 반도체 경쟁력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가 20일 (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전자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회에서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체 실적 개선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2024년 연간 실적은 매출액 300조8700억 원(전년 대비 16% 증가), 영업이익 32조7200억 원(5배 증가)을 기록했으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13.6%에 그쳤다. 이는 2018년 51.7%에서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이와이 코스모 증권의 사이토 가즈요시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투자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구형 범용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AI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부족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범용 메모리 시장도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DDR4 8기가비트 제품의 대량 거래 가격은 개당 1.75달러로, 전월 대비 6% 하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 조치로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 시장이 반등했으나, 개인용 컴퓨터(PC) 수요 둔화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호조에 힘입어 2024년 영업이익률 3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구형 범용 제품 비중을 10~20% 수준으로 낮췄다. HBM 가격은 범용 DRAM 대비 3~5배 높은 수준이다.

주가 하락폭도 SK하이닉스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6월 말 대비 SK하이닉스는 10% 하락에 그쳤으나, 삼성전자는 30% 급락했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4년 14%에서 2023년 23%로 상승했으며, 2027년에는 2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글로벌 3대 DRAM 제조사보다 3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장비 제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NAND 플래시 시장(약 510억 달러 규모)에서 삼성전자가 33%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장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3%를 차지했다. YMTC의 점유율은 2020년 1%에서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판매액도 3배 이상 늘어났다.

노무라자산운용의 가토 아키라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0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디바이스 업체들이 자국산 범용 메모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이 코스모의 사이토 애널리스트는 같은 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인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삼성전자로 대표되던 양대 강자 시대가 끝났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AI 시대로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