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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공작기계, 서방 제재 러시아 기업들에 수출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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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공작기계, 서방 제재 러시아 기업들에 수출돼 '논란'

한국기계공업, 400만 달러 규모 선반 수출...와이지 원, 러 군수업체와 거래
군수업체 납품 YG-1 매출 2배, 순익 6배 급증
2023년 3월 16일 대한민국 창원의 한 공장에서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16일 대한민국 창원의 한 공장에서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산 공작기계가 러시아 제재 대상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독립언론 '인사이더'는 20일(현지시각) 러시아 세관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국기계공업이 공급한 400만 달러 규모의 선반이 영국, 미국, 유럽연합(EU)의 수출금지 조치에도 2023년에 러시아로 수입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해당 선적이 한국의 신규·중고 공작기계 전문 판매업체인 코마테크를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수입업체인 이즈-카르텍스(Iz-Kartex)는 2016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기업이다. 굴삭기와 드릴링 머신 등 광산 도구를 제조하는 이 회사는 2023년 러시아의 4대 금속가공장비 수입업체로, 2020년 기준 매출액이 200억 루블(당시 약 2억6700만 달러)을 기록했다.

특히 이즈-카르텍스의 전 소유주인 우랄마샤보드(Uralmashzavod)의 자산관리회사 'UK UZTM-카르텍스(UK UZTM-Kartex)'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인사이더는 "2022년까지 두 회사 모두 가즈프롬뱅크의 통제를 받다가 AO 엔릴 파이낸스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전했다.
한국의 금속가공장비 제조업체 와이지-원(YG-1)도 러시아 군수업체와의 거래를 확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더는 지난해 7월27일 "YG-1이 핵무기 생산에 관여하는 일렉트록힘프리버 콤바인과 FSUE 마야크 PA 두 곳에 금속절삭장비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렉트록힘프리버는 1947년 설립된 러시아 최고(最古) 핵무기 생산기관 중 하나로, 우라늄-235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1951년부터 원자폭탄을 생산해왔다"고 설명했다.

YG-1의 러시아 법인 YG One Ru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실적이 급증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2년 6억2680만 루블(737만 달러)에서 2023년 13억6500만 루블(1605만 달러)로 2배 이상 늘었고, 순이익은 3970만 루블(46만7000달러)에서 2억3510만 루블(276만5000달러)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매체는 "YG-1이 2022년과 2023년 사이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총 93.7t, 6899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러시아에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3년 4월 24일 마이크로프로세서, 반도체 제조장비, 선반 등 798개 품목에 대해 대러시아 수출 제한을 확대했다. 그러나 전략물자관리원(KOSTI)에 따르면 이 중 111개 품목만이 명시적으로 수출이 금지됐고, 나머지는 정밀도가 1마이크로미터를 초과하는 등 특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만 제한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3년 11월 2일 러시아 방산업체에 한국산 금속가공장비를 공급해온 AO IPK 핀발(AO IPK Finval) 등 약 200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인사이더는 한국기계공업과 코마테크에 의견을 요청했으나, 이 기사가 마감될 때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