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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美 X세대·밀레니얼, 자녀 자산형성 조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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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X세대·밀레니얼, 자녀 자산형성 조기 지원"

생활비 부담 증가에 생전 재산이전 확산... 베이비부머와 뚜렷한 인식차
2023년 3월 10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미국 달러 지폐를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10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미국 달러 지폐를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젊은 세대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일찍부터 재산을 이전하는 현상이 미국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찰스슈왑(Charles Schwab)이 최근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7세에서 58세 사이 부유층은 59세에서 76세 연령대와 비교해 생전에 다음 세대와 재산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향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반면 고령층은 생전에 본인들이 재산을 향유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앨라배마주 버밍엄 소재 새번트 웰스 매니지먼트(Savant Wealth Management)의 재정 상담사 패티 블랙은 "36세의 한 소기업 소유주 고객은 3세와 6개월 된 자녀들을 회사 마케팅 사진 촬영에 참여시키고, 이들 명의로 로스 개인퇴직계좌(IRA)를 개설하는 등 조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부모 세대로부터 일찍 저축과 투자의 중요성을 배운 경험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캐피털 인텔리전스 어소시에이츠(Capital Intelligence Associates)의 공동설립자이자 재무고문인 미첼 크라우스는 "대공황을 겪은 이전 세대들은 저축한 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전 증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스는 "10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90대 여성 고객 부부가 자녀들의 주택 구입 자금을 증여하는 대신 대출 형태로 지원한 것도 제2차 세계대전 세대의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세대 간 자산 이전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부모로부터 금융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나, 현재는 5명 중 4명이 젊은 세대와의 금융 대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스는 또 다른 사례로 "순자산 1200만 달러를 보유한 한 고객이 성인 자녀들을 위해 저축해둔 자금을 비밀로 하다가 첫 손녀의 대학 입학 시 4만 달러 지원을 약속하면서 뒤늦게 공개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스튜어트 소재 HBKS 웰스(HBKS Wealth)의 재정고문 마이클 로플리는 "수년간의 저축으로 자수성가한 많은 고객들이 은퇴 후에도 지출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도 젊은 세대의 조기 자산 이전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2000년 16만 9000달러에서 2022년 42만 7000달러로 급등했다. 교육데이터 이니셔티브(Education Data Initiative) 통계를 보면, 공립대학교 연간 등록금도 2000년 3501달러에서 2022~23학년도에는 9750달러로 크게 올랐다.

크라우스는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여러 차례 경제위기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오히려 자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고, 대신 자녀들이 높아진 진입장벽을 뚫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