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매닝앤네이피어 "빅테크 10곳이 S&P500 38% 차지...개별기업 실적이 시장 흔들어"
IT투자·AI 인프라 확대 기대...비만치료제 확산은 식품업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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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투자자문사 매닝앤네이피어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주요 변동 요인이 크게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가와 금리정책이 시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과 고용시장 동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랙록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이 주식시장의 주된 변동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같은 노동시장 지표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는 연준이 물가안정에서 고용시장 안정으로 정책 초점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S&P500은 미국 주요 500개 기업의 주가를 종합한 지수다. 최근에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블랙록 분석 결과, 지난해 S&P500 지수가 크게 출렁인 15일 중 3일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일이었다. 이는 상위 10개 기업이 S&P500 지수의 38%를 차지할 만큼 시장이 일부 기업에 쏠린 영향이다.
매닝앤네이피어의 제임스 슬렌츠 기술그룹 전무는 "올해는 네 가지 새로운 투자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기업들의 IT 투자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용 부품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들은 높은 금리와 공급망 혼란으로 IT 시스템 투자를 미뤄왔다. 이제 이런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동차와 산업용 부품 업체들은 지난해 재고 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이런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브래드 크로니스터 선임 채권 애널리스트는 "채권 투자가 15~20년 만에 가장 좋은 기회"라며 "현재 수익률이 유지되면 이자수익은 물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채권시장은 높은 실질금리(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제 수익률)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완만히 둔화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이자수익 외에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앨런 코커 서비스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 무역갈등, 물가 불안 등으로 기업들이 위험 회피에 나서면서 거래소와 중개회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은 환율, 원자재 가격, 금리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늘린다. 이런 거래가 증가하면 거래소와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제이크 보크 소비자그룹 전무는 "중국 소비가 살아나면서 명품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비만치료제인 GLP-1(글루카곤유사펩티드-1) 처방이 늘면서 식품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이 개발한 비만치료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 내 패스트푸드, 음료, 과자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