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과학계, 트럼프의 연구비 삭감에 반발..."과학 리더십 위협" 경고

글로벌이코노믹

美 과학계, 트럼프의 연구비 삭감에 반발..."과학 리더십 위협" 경고

"기초과학 붕괴 우려"...대학·연구기관 "41만개 일자리 위험"
2014년 9월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의 일반적인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4년 9월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의 일반적인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과학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연구비 삭감에 "미국 과학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가 지켜온 기초과학 투자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며 "대학들이 연구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회의에 참석한 35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연구 중단과 대량 해고 위험을 경고했다. 로즈 와키모토 UCLA 연구 담당 부총장은 "사방에서 공격받는 기분"이라며 미국 과학계의 위기감을 표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9일부터 국립보건원(NIH) 연구 보조금의 간접비 비율을 기존 최대 55%에서 15%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연간 40억 달러(약 5조7500억 원)의 연구비가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NIH는 지난해 약 5만 건의 연구 프로젝트에 총 350억 달러(약 50조3475억 원)를 지원했으며, 이 중 90억 달러(약 12조9465억 원)가 간접비로 사용됐다고 AP통신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연구 조직 '유나이티드 포 메디컬 리서치'에 따르면 NIH 연구비로 운영되는 일자리는 41만 개에 달한다.

CNBC는 지난 19일 보도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국립과학재단(NSF)은 직원의 최대 절반이 해고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미 산림청도 3400명의 근로자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안과 우려, 상실감이 감돈다." AAAS 연례회의에 참석한 수디프 파리크 AAAS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의 해고 소식이 회의 참석자들의 휴대전화로 계속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는 최대 1억2500만 달러(약 1798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시애틀 타임즈가 보도했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도 법원에 제출한 소송 자료에서 "9000만 달러(약 1295억 원)에서 1억1000만 달러(약 1582억 원)의 자금을 잃을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에서 소아암에 이르는 임상시험을 축소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레프코위츠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국민들은 연구 중단으로 인한 의료 혁신 둔화와 신약 개발 지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과학 분야도 타격이 예상된다. AAAS 회의에 참석한 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박사과정의 오로라 로스는 "1년 안에 연구기관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피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를 통해 CNBC에 "정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계산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NIH 연구비의 상당 부분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며 간접비 축소를 지지했다.

패티 머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워싱턴주)은 "미국의 바이오메디컬 연구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질병 치료 연구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상원 세출위원회 위원장 수잔 콜린스(메인) 상원의원도 "이번 삭감은 임의적이며 잘못 고안된 지침"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 앤젤 켈리 판사는 지난 21일 이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삭감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22개 주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노먼 샤플리스 전 NIH 국립암연구소장은 "연구 간접비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번 삭감안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