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더스, 트럼프發 반도체 관세 폭탄에 2027년 양산 '빨간불'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새롭게 도약하려는 일본 반도체 산업에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닛케이 신문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반도체 추가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일본 라피더스의 2027년 최첨단 반도체 양산 계획이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에 25% 정도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며, 반도체와 의약품의 경우 25% 이상이 될 것"이라며 "향후 1년 내에 세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IT 기기용 메모리와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등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미 간 반도체 관세는 이미 철폐된 상태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재무성의 2024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387억 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발표한 2024년 조사 결과, 세계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51%에 달하지만, 제조 공정에서는 '전공정' 10%, '후공정' 3%에 그치고 있다.

라피더스는 IBM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관세 적용 제외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IT기업과 국방부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은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나 미국 기업이 발주한 반도체에 대해 관세 적용 제외를 요구할 방침이다.

니시무라 아사히 법률사무소의 후지이 코지로(藤井康次郎) 변호사는 "일·미 정부가 사전에 개별 산업의 상호 협력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TSMC 공장 가동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인력이 7만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제로는 관세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만큼, 업계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