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통합 시 NAND 시장 점유율 30% 확보...삼성전자와 경쟁 가능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21일 메모리 사업부인 '샌디스크 코퍼레이션'을 미국 나스닥에 별도 상장했다. 상장 첫날 샌디스크 주가는 종가 48.6달러를 기록해 시가총액 약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이는 키옥시아홀딩스 시가총액의 약 80% 수준이다.
이번 분할 상장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웨스턴디지털은 2016년 샌디스크를 인수했으나, 기대했던 기업 가치 상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 엘리엇은 "경영 자원이 HDD와 메모리 두 사업으로 분산되어 본래의 기업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며 사업 분리를 요구했고, 웨스턴디지털은 2023년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메모리 사업 분리를 결정했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는 일본 욧카이치시와 기타카미시 공장에 공동 투자해 개발 및 생산을 함께하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샌디스크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키옥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두 기업의 협력 계약 일부는 2029년에 만료될 예정이지만, 양측은 계약 연장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협상 결렬 이후 키옥시아는 지난해 12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1조2800억 엔(약 12조2677억 원)이다. 이제 샌디스크도 독립 상장함으로써 각 기업의 가치가 명확해져 자본 제휴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NAND 시장에서 키옥시아는 3위, 웨스턴디지털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대등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옥시아 관계자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고위 임원들과 일본 경제산업성의 일부 관계자들이 여전히 웨스턴디지털과의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샌디스크 CEO로 웨스턴디지털에서 통합 협상을 주도했던 데이비드 게클러 전 웨스턴디지털 CEO가 선임된 점도 재편 논의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를 통해 키옥시아 지분을 최대 14%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키옥시아의 상장으로 이 권리 행사가 가능해졌다.
다만 반도체 업계 재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반독점법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당국이 미국과 일본 기업 간 통합에 엄격한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