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개발업체 쇠퇴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 시장 재편 가속화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국영기업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대응책이지만, 부동산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부동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국영 개발업자를 통한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베이징 펑타이 지구에서는 두 개의 토지가 경매에서 총 130억 위안(약 2조5600억 원)에 판매됐다. 2021년 에버그란데의 채무 불이행으로 시작된 부동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 개발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FT가 베이징시 계획 및 천연자원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 이전에는 베이징의 주거용 경매 대부분을 민간 또는 민관 혼합 그룹이 낙찰받았으나, 2022년부터는 이러한 추세가 역전돼 국영 개발업자들이 입찰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 5년간 국영 그룹은 베이징에서만 130개 부지를 매입했다. 이는 국가가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해 개입하는 더 넓은 패턴의 일부라고 FT는 설명했다.
◇ 구조적 변화와 '레드라인' 정책의 영향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자유화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국가가 다시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FT가 8년간 440개 부지 매입을 분석한 결과, 베이징에서는 정부 지원 개발업자들이 최근 3년 연속 민간 개발업자보다 더 많은 부지를 매입했다. 지난해 민간 소유 부지 수는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2020년 중국 정부가 도입한 '3개의 레드라인' 정책과 관련이 깊다. 이 정책은 대차대조표 지표를 기반으로 개발업자의 대출을 제한했다. 많은 민간 개발업체들이 홍콩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역외 채권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현금 흐름 압박이 심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초, 에버그란데의 디폴트가 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발업자들의 전반적인 토지 구매에 대한 데이터 보고를 중단했다.
연구 회사인 크레디트사이츠의 아시아 신용 전략 책임자 제를리나 쩡은 "이는 구조적 변화"라며 "코로나 이후(2023년 이후) 이러한 변화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쩡의 팀은 중국 전역 토지 판매의 5분의 4 이상이 국가 주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 민간 개발업체 점유율 급감
컨설팅 그룹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 개발업자의 신규 주택 판매 역할이 현저히 감소했다. 50개 개발업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에서 개인 소유 개발업체가 역사적으로 신규 주택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2024년 말까지 이 비율은 약 3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경제 책임자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는 "민간 개발업자들이 남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고 있다"며 "국가로의 전환은 토지 시장에서 훨씬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토지 시장은 경제와 정부 재정의 핵심 요소다. 토지 경매는 지방 정부에 수입을 제공하고, 건설 산업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토지 판매에서 정부 수입은 2021년 이후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부동산 건설의 바닥 면적이 감소한 것은 2022년부터 시작됐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 고급 개발 사례로 본 시장 변화
베이징 북서부 향기로운 언덕(Fragrant Hills) 지역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호화로운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440채가 들어선 아파트 부지 중 하나는 베이징 도시건설그룹과 남부 광둥성의 국영 개발업체인 웨슈(Yuexiu)의 합작품이다.
한 영업 담당자는 FT에 "웨슈가 땅을 매입하기 위해 북쪽으로 온 이유는 많은 민간 개발업자들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규제는 민간 개발업자의 토지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는 선전에 본사를 둔 혼합 개발업체 반커(Vanke)다. 최근 곤경에 처한 이 회사는 국영 선전 메트로(Shenzhen Metro)의 직접적인 개입을 받았다. 지난달 새로운 경영진이 투입됐고, 이는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를 포함한 1급 도시들은 전국적인 부동산 둔화에도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FT 분석에 따르면, 재정적으로 가장 탄탄한 국영 기업들조차도 주로 부유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어, 다른 지역의 도전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 시장 불균형과 미래 전망
FT가 주택 개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의 아파트는 여전히 비싼 도시 시장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과잉 공급의 징후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미분양 주택 재고가 30조 위안(약 59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쩡은 "정부가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며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국영 개발업체를 통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향기로운 언덕 지역의 한 영업 담당자에 따르면 2024년은 2023년만큼 "좋지 않다"고 한다. 베이징 남부 펑타이구의 원시노 레지던스 담당자는 "이제 시장은 기본적으로 국영기업이다. 고객들은 납품에 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 지방 도시의 심각한 도전
하지만,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분석가들은 베이징과 다른 지역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한 경제학자는 현재 전국 토지 매매의 대다수는 개발업자가 아닌 지방 정부 자금 조달 기구(LGFV)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추정했다.
해당 차량은 해당 지방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판매는 "새로운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는 주로 지역 토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FT에 덧붙였다.
지난해 말 지방 정부가 개발업자로부터 유휴 토지를 매입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시작됐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달 보고서에서 "이 도시들이 매입하는 토지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썼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토지 및 부동산 시장에서 국가에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른 최근 정책들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에반스-프리처드는 "많은 소도시들의 상황이 일반적으로 더 나쁘고 토지 매각에 대한 압력이 더 극심하다"며 "국영 기업이 개입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이 베이징과 같은 1급 도시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그러나 더 깊은 문제는 "아직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지 않은 거대한 공급 과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가 최악은 지났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에 훨씬 더 중요한 건설업의 경우 우리의 견해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쩡은 중국 경제가 "하향식 기조를 가진 계획 경제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도시화가 "현저히 둔화"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더 이상 개인 소유의 개발업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민간 개발업체 롱포르의 베이징 프로젝트는 올해 9월에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한 영업 담당자는 FT에 "이 프로젝트는 베이징에서 회사의 유일한 프로젝트"라며 2025년 남은 기간 동안의 프로젝트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