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트럼프 관세 25% 흡수 불가능 경고

글로벌이코노믹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트럼프 관세 25% 흡수 불가능 경고

발레오·포르비아 주가 각각 15%, 20% 급락...마진 5%p 하락한 업계 추가 타격 우려
신차들이 대기소에 열을 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신차들이 대기소에 열을 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Valeo)와 포르비아(Forvia)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관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자동차 부문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러한 위협은 업계가 캐나다와 멕시코 상품에 대한 유사한 관세에 관한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가운데 발생했다.

"자동차 산업, 특히 자동차 공급업체들 사이에는 이러한 관세의 일부라도 흡수할 수 있는 마진이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고 발레오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페리야가 금요일에 말했다. 그는 비용이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르비아의 CEO 패트릭 콜러도 이 같은 견해를 반복했다. 콜러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관세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관세 위협 소식이 전해진 후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발레오의 주가는 15% 하락했고, 포르비아는 지난달 28일 장 초반에 주가가 약 20% 가까이 폭락했다. 두 기업은 각각 27일 저녁과 28일 아침에 이익 감소를 보고했으며, 2025년에는 대체로 정체된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셰플러의 주가도 28일에 각각 2%와 3%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천 개의 일자리를 축소해왔다.

페리야 CEO는 "우리는 며칠 또는 몇 달 안에 산업 발자국이나 공급업체의 발자국 측면에서 적응할 수 없다. 몇 년이 걸린다"며 "미국에는 경험이 풍부한 공장이 있는 역사적인 기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는 자동차 수요 둔화와 전기차로의 고비용 전환으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업계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유럽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 공급망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으로 전환함에 따라 일자리 감축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공급업체 협회(European Association of Automotive Suppliers)에 따르면, 2024년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의 해고가 유럽 전역에서 두 배로 증가했다. 독일 산업단체 VDA는 지난해 독일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만 약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라자드(Lazard)와 롤랑 버거(Roland Berger)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까지 5년 동안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의 마진은 평균 8%에서 3%로 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기업들이 전기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생활비 상승으로 유럽에서의 판매가 급격히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두 자동차 부품업체 CEO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 장벽을 높이겠다는 위협을 실행할 경우, 관세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가 공급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어느 정도까지 더 높은 가격을 협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관세 위협은 유럽 증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28일 F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발언 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1.8%, 메르세데스-벤츠는 2.6%, 포르쉐는 3.6% 하락했으며, 스텔란티스는 밀라노 증시에서 5.2% 하락 마감했다. 이날 대형 수출업체가 포함된 독일의 블루칩 Dax 지수는 1.2%, 프랑스의 CAC 지수는 0.5%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T 로우 프라이스의 경제학자 토마스 위엘라덱은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믿지 않기 때문에 탄력성을 유지해왔다"면서도 "만약 자동차 회사들이 25%의 관세를 부과받는다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리야 CEO는 "오늘날 우리는 복잡하고 매일 바뀌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무역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마진이 8%에서 3%로 압박받는 업계에 추가적인 관세 부담은 유럽 자동차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발레오와 포르비아는 모두 유럽, 아시아 및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어, 관세 영향은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 파급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기업연합 콘핀두스트리아의 에마누엘레 오르시니 회장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유럽 기업들과 유럽 일자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며, "진정한 목표는 우리 대륙의 탈산업화"라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