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체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석이조'

독일에서 카니발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이 전통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독일 공영 매체 DW의 보도에 따르면, 카니발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형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대 축제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라 불린다. 이 축제는 특정 종교력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 열린다. 금요일에 시작해서 이른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부르는 날까지 총 5일간 진행된다. '재의 수요일'은 서양의 가톨릭, 개신교 등 기독교 전통에서 사순절(부활절 전 40일간의 절제 기간)이 시작되는 날로, 이날부터는 축제가 끝나고 경건한 시기가 시작된다. 쉽게 말해, 이 카니발은 종교적으로 엄숙한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에 열리는 마지막 큰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수천 명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삼바드롬(Sambadrome)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고, 수백만 명이 거리 파티인 '블로코스(Blocos)'에 참여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카니발 축제 동안 약 700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들이 축제에서 지출한 금액은 약 8억7000만 달러(8억4000만 유로)에 달했다. 전국 상품, 서비스 및 관광 상업 연맹(CNC)은 올해 브라질 전체 카니발이 국가 경제에 약 121억 헤알(20억6000만 달러, 20억 유로)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마디 그라(Mardi Gras)' 또는 '뚱뚱한 화요일(Fat Tuesday)'로 알려진 카니발이 2주간 진행되며, 프렌치 쿼터의 거리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금관악기 음악으로 가득 찬다. 관중들은 수레에서 던져지는 플라스틱 구슬 목걸이를 잡기 위해 열광한다.
뉴올리언스 툴레인 대학교(Tulane University)가 실시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2023년 마디 그라가 도시 경제에 미친 직간접적 영향은 총 8억9100만 달러(8억 유로)에 달했다. 뉴올리언스 마디 그라 자문위원회(New Orleans Mardi Gras Advisory Council)의 공동 의장 제임스 리스 3세(James Reiss III)와 엘로이 제임스(Elroy James)는 공동 성명에서 "이 경제 활동은 수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며, 그 돈은 우리 지역 사회 전체에 셀 수 없이 넘겨진다"고 밝혔다.
독일의 카니발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수익성이 높은 축제 중 하나다. 카니발 시즌은 전년도부터 시작되어 수개월간 지속되며, 쾰른과 뒤셀도르프 같은 도시에서는 댄스 및 음악 공연, 코미디 공연, 특별 카니발 댄스 그룹의 쇼 등 수백 개의 지역 세션이 열린다.
쾰른에 위치한 경제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 IW)의 연구에 따르면, 2024/2025 시즌에는 20억8000만 달러(20억 유로)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레스토랑과 펍이 약 9억2500만 유로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며, 소매(4억4900만 유로), 운송(3억2200만 유로), 호텔 예약(2억4000만 유로) 부문이 그 뒤를 잇는다.
쾰른 시장 앙리에트 레커(Henriette Reker)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카니발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필수적인 부분이자 우리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카니발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국내외의 세력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도전하려고 시도하는 요즘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W 디렉터 미하엘 휘터(Michael Huther)는 독일의 카니발 애호가들이 "다섯 번째 시즌"이라고 부르는 이 축제의 "심리적 충격을 사회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과 낙관주의"를 상징하는 카니발 관련 가치들이 글로벌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노점상 마리엘레는 DW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고객들이 출근길이나 학교에 가는 길에 충동적으로 물건을 산다"고 말했다. 카니발 기간 동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리에는 이국적인 깃털, 반짝이는 의상, 화려한 마스크 등 축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수많은 노점이 들어선다.
카니발 축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전 세계 도시와 국가의 주요 경제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레스토랑, 소매, 교통, 숙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사회적 통합과 문화적 정체성 강화라는 무형의 가치도 제공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