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미생물 혁명, 1천조원 바이오 시장 열린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미생물 혁명, 1천조원 바이오 시장 열린다

카네카, CO₂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2020년 7월 28일 일본 고치에 있는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기구(JAMSTEC)가 공개한 날짜 미상의 확대 이미지에서 태평양 아래 해저 깊은 곳에서 수집된 1억 150만 년 된 퇴적물 코어에서 되살아난 미생물을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7월 28일 일본 고치에 있는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기구(JAMSTEC)가 공개한 날짜 미상의 확대 이미지에서 태평양 아래 해저 깊은 곳에서 수집된 1억 150만 년 된 퇴적물 코어에서 되살아난 미생물을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미생물이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화석 자원 고갈, 식량난, 난치병 등 인류 과제 해결의 핵심 열쇠로 '바이오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카네카, 아지노모토 등 일본 기업들은 발 빠르게 바이오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의 CJ제일제당, 미국의 듀폰, 유럽의 DSM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바이오 경제 전략'을 발표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국내외 바이오 경제 시장 규모는 100조 엔(약 969조 3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커피 재팬은 이달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전면 교체했다. 이 친환경 소재는 기존 플라스틱과 질감이 유사하면서도 땅속이나 바다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스타벅스는 "최상의 음료 맛은 유지하면서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곳은 카네카의 다카사고 공업소다. 이 공장에서는 거대한 배양조에서 미생물을 대량 배양하고 식물성 기름을 먹이로 공급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수지를 생산한다. 카네카는 1990년대부터 연구 개발에 힘써왔으며, 현재는 친환경 제품 수요 증가로 국내외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카네카의 차세대 목표는 '궁극의 바이오 플라스틱' 상용화다. 놀랍게도 원료는 이산화탄소(CO₂)다. CO₂ 이노베이션 연구소의 사토 슌스케 소장은 20여 년 전부터 "CO₂가 미래 자원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관련 미생물 개발에 매진해왔다. 카네카는 정부 지원을 받아 2030년까지 CO₂ 기반 플라스틱 대량 생산 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바이오 경제 전략'을 통해 바이오 제조업, 농림수산업, 바이오 의약품 등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모다 히로카즈 경제산업성 생물화학산업과장은 "해외에 핵심 기술을 선점당하면 일본 경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바이오 기술은 단백질 부족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50년 세계 인구는 2020년 대비 1.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육류 생산량과 어획량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아지노모토는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해 대체 단백질 생산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의 풀무원,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 스웨덴의 오틀리 등도 미생물 발효 기술로 혁신적인 대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생물 기반 생산의 최대 과제는 대량 생산 기술 확보다. 닛키 홀딩스의 미즈구치 요시히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균과 효모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연속 생산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며 "우리는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원가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닛키 홀딩스는 고베대학교 스타트업인 밧커스 바이오이노베이션과 협력해 미생물 개발부터 발효 공정까지 통합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40년 신규 사업 매출 목표를 수백억 엔으로 설정했다.

닛폰제지는 목재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추출해 항공기 연료(SAF)로 상용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토 시세이 닛폰제지 바이오매스 재료 사업 추진 본부장은 "기술 개발부터 인증, 유통망 구축, 사업 모델 개발까지 모든 단계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달 초 그린 어스 인스티튜트, 스미토모 상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아서 디 리틀 재팬은 2040년 바이오 소재·에너지 시장 규모가 120조 엔(약 1,163조 2,44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무라 료 아서 디 리틀 재팬 파트너는 "기업들이 바이오 기술을 경영 전략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녹여내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