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간병인 272만 명 필요... 현재보다 28% 증가 전망

도쿄의 와세다대학교 연구실에서는 지난달 17일 150kg(330lb) 무게의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AIREC'이 누워 있는 환자의 몸을 옆으로 굴리고 기저귀를 갈거나 욕창을 예방하는 동작을 시연했다. 이 로봇은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적인 노인 요양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간병인'으로 개발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AIREC의 연구를 이끌고 있는 와세다 대학의 스가노 시게키 교수는 "고도로 발전된 고령화 사회와 출산율 감소를 감안할 때 의료 및 노인 돌봄, 그리고 일상생활에 로봇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과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 2024년 개정판'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6%로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다. 이는 이탈리아(24.2%), 독일(22.8%), 프랑스(21.7%), 영국(19.2%), 미국(17.4%) 등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간호 부문은 특히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4.25개 일자리당 단 1명의 지원자만 있었는데, 이는 국가 전체 일자리 대 지원자 비율인 1.22명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다.
노인 요양 시설 운영업체인 젠코우카이(Zenkoukai)의 이사 미야모토 다카시는 "우리는 겨우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으며, 10년, 15년 후에는 상황이 상당히 암울할 것"이라며 "기술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과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57년에는 7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기준으로는 이 비율이 17.5%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간병 또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 수는 705만 명이며, 일본은 2040년까지 약 272만 명의 간병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2023년 실제 수준인 213만 명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2026년까지는 240만 명의 간병 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연간 약 9만 명의 추가 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 후생노동성의 전망이다.
스가노 교수에 따르면 AIREC 로봇은 사람이 앉는 것을 돕거나, 양말을 신고, 스크램블 에그를 요리하고, 빨래를 개고, 집안일을 하는 등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AIREC가 2030년경까지는 요양 및 의료 시설에서 실제 사용될 준비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초기에는 1,000만 엔(약 6만 7000달러) 이상의 비싼 가격으로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도 시도하고 있지만, 2023년 기준 간병 분야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57,000명으로 해당 분야 전체 인력의 3% 미만에 그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 일본 요양 시설에서는 제한적이나마 로봇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도쿄의 한 시설에서는 벌레 눈을 한 인형 크기의 로봇이 요양보호사를 도와 팝송을 부르고 거주자들에게 간단한 스트레칭 운동을 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실용적인 용도로는 거주자의 매트리스 아래에 수면 센서를 배치하여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함으로써 밤에 사람이 회진하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있다.
일본 로봇 학회 회장이기도 한 스가노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그들은 인간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은 그저 집안일이나 공장 현장에서 몇 가지 일을 할 뿐"이라며 "일단 인간이 등장하면 안전과 로봇의 움직임을 각 개인과 조율하는 방법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젠코우카이 시설의 간병인 타카키 이토는 "AI가 탑재된 로봇이 각 간병 수혜자의 생활 조건과 개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들이 직접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로봇이 간호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봇과 인간이 협력하여 간호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제가 바라는 미래"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까운 미래를 위해 개발되고 있지만, 인간과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로봇은 한 차원 높은 정밀도와 지능이 필요하다고 스가노 교수는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