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일자리 창출, '기회의 땅' 미국 재건하나
트럼프의 유산? H-1B 비자 축소, '인재 전쟁' 2라운드
트럼프의 유산? H-1B 비자 축소, '인재 전쟁' 2라운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주요 기술 기업들의 거액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며, 업계는 수십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팽창은 신규 채용 인력의 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이라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고 인바이런먼트에너지리더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반도체가 몰고 온 고용 폭풍
반도체 제조업의 확장은 미국 여러 주에서 상당한 수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투자는 TSMC, 삼성, 인텔,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주에 1000억 달러(약 144조2900억 원)를 투자해 3개의 반도체 제조 공장, 2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 그리고 연구 개발 센터를 건설한다. 이 투자는 애리조나 지역에서만 2만에서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역시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신규 시설 건설을 포함한 미국 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칩 제조 분야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이며, 운영을 위해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기술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미국 기술 및 제조업 분야에 5000억 달러(약 721조4500억 원) 투자를 약속하며, AI 기반 반도체 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집중한다. 이는 반도체 분야의 고용 증가에 더욱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젝트들의 건설 단계에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20만 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운영 직책에는 고도의 숙련 인력이 필수적이다.
◇ "'칩' 만들 사람 어디 없소?"
일자리 기회가 급증하고 있지만, 업계는 숙련 노동력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연간 90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기술자 수요는 2025년부터 연간 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바이런먼트에너지리더는 전했다. 이러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교육 기관은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대학과 종합대학에서 특화된 교육 과정이 속속 개설될 예정이다.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려면 재료 과학, 공학, 응용 물리학 분야 학사 학위 이상이 요구되며, 컴퓨터 과학, 전기 공학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여러 기관들이 다른 제조업 분야의 근로자들을 반도체 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견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자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활용해 해외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 또한 인력 부족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 '두뇌 유출' 경고등…엇갈리는 칩과 비자
미국 반도체 산업은 해외 인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변화는 업계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 강화는 숙련된 외국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전문직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H-1B 비자 프로그램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개혁의 핵심 타깃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H-1B 비자 거부율은 2018년 24%, 2019년 21%까지 치솟았다. 2020년 법적 합의로 인해 2022년 거부율이 2%까지 급감했지만, 현 행정부는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H-1B 비자 연간 쿼터 축소, 자격 요건 강화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며, 이는 기술 산업계의 해외 인재 확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는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안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L-1 비자(주재원 비자), O-1 비자(특기자 비자) 등 다른 비자 카테고리를 활용하여 숙련 인력을 유치하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이민국(USCIS)의 인력 감축 및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비자 심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 내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또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교육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인력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 역시 강화하고 있다. 산업계 리더들은 균형 잡힌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 정책 결정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한편, H-1B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 신도시 건설 붐…'반도체 도시'가 뜬다
반도체 제조 허브 확산은 필연적으로 주택 건설을 포함한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주요 계획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는 TSMC 공장 근로자들을 위한 70억 달러(약 10조1003억 원) 규모의 '도시 속의 도시' 헤일로 비스타가 야심 차게 건설된다. 주거, 상업, 교육 시설을 모두 갖춘 총 300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텍사스주 조지타운에는 삼성 테일러 공장 인근에 노동자 및 가족들을 위한 주거 단지 패터슨 랜치가 들어선다. 이는 급증하는 인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주택 부족 문제 해소는 물론,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궁극적으로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굳건히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가 잇따르면서 건설직과 운영직을 망라하고 상당한 수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기대된다. 하지만 숙련된 미국인 노동력을 충분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 시설 인근 주거 지역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필요한 인력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