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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親러 노선에 80년 역사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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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親러 노선에 80년 역사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 ‘흔들’

미국·러시아 화해로 5개국 핵심 스파이 네트워크 붕괴 우려
일부 동맹국 정보공유 제한 논의 중
2020년 5월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의 국가안보국(NSA) 캠퍼스에 위치한 미국 사이버사령부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5월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의 국가안보국(NSA) 캠퍼스에 위치한 미국 사이버사령부 건물. 사진=로이터

미국과 러시아의 급격한 화해 움직임이 세계 최강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붕괴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러시아 정책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되어 온 정보 공유 체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구축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로,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국가 안보 및 정보 전문 역사학자인 칼더 월튼 교수는 이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 공유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초 영국과 같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에서 파생된 정보를 우크라이나와 공유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과 러시아 미사일 및 드론 탐지 능력에 큰 타격을 주는 조치로, 영국 정보기관 GCHQ도 이 제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원조를 중단한 직후 발표됐다.

NBC는 지난 6일 토론에 정통한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동맹국들이 행정부의 러시아 입장 때문에 미국과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파이브 아이즈는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정말 칼날 위에 있다," 월튼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영국의 GCHQ가 "매우 얽혀 있어 서로의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말 그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같은 시스템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달 말 트럼프의 고위 관료 중 한 명인 피터 나바로가 캐나다를 파이브 아이즈에서 제외하도록 미국에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으나, 나바로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동맹국들과 함께 우리의 국가 안보를 절대, 절대로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그러나 이는 새 행정부가 파이브 아이즈에서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정보 영역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얼마나 호전적이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캐나다를 동맹에서 탈퇴시킬 수 있으며, 이는 "동맹 내부를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고 월튼 교수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아시아 그룹 파트너는 "만약 파이브 아이즈가 붕괴된다면, 5개 당사국 모두에게 실질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협력의 약화 위험이 상당히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의 GCHQ, 호주 신호국, 캐나다 통신보안국(CSE) 및 뉴질랜드 정부 통신 보안국 간의 협력으로 주도되는 24시간 롤링 작전을 형성한다. 이들은 신호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다루며, 때로는 정제된 정보를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다른 동맹국에도 전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임기 동안 백악관 회의에서 러시아 외무부 장관 겸 대사와 '고도의 기밀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미국 관리는 2017년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가 동맹국들과 공유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러시아 대사에게 누설했다"고 말했다.

2018년 트럼프에 의해 해임된 전 국가안보보좌관 H.R. 맥매스터는 최근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직 미국 정보 관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파이브 아이즈의 미래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호 정보 및 이미지를 통한 정보 공유의 대부분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만,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이 미국의 신뢰를 잃게 될 경우 인간 정보를 포함한 "가장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더 제약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 관계자는 지난 5일 뉴스위크에 최근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 사이의 격렬한 수사와 대중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파이브 아이즈 협력이 "매우, 매우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등 영국은 미국을 충실한 동맹국으로 묘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 안보 정보국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강력한 국가 안보 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정보 및 국가 안보 분야의 파트너십을 포함하는 우리의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월튼 교수는 현 상황에서 푸틴이 "파이브 아이즈 동맹을 내부로부터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보다 더 잘하는 것을 꿈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알든 모르든, 그는 푸틴이 자신을 위해 명령한 대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튼 교수는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파이브 아이즈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보 부담은 어느 한 국가가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며,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를 조작한다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백악관이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또 다른 가능성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간주하고 미국과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다. 동맹 붕괴 시 개별 국가 간 양자 정보 협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