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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vs 블랙록, 규모·전략 다른 금융 거인들의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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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vs 블랙록, 규모·전략 다른 금융 거인들의 경쟁 심화

11조 6000억 달러 자산운용사와 1조 1000억 달러 사모펀드 기업이 펼치는 승부
2022년 7월 21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바닥에서 블랙록이 거래되는 포스트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21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바닥에서 블랙록이 거래되는 포스트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티븐 슈워츠먼(78)과 래리 핑크(72)가 이끄는 블랙스톤과 블랙록이 점점 더 서로의 영역에 진출하며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각) 배러스가 보도했다. 한때 같은 회사에서 시작했지만, 독립적 길을 걸어온 두 금융 거인의 경쟁 구도는 최근 블랙록이 파나마 운하 주변 두 개 항구의 지분을 중국 기업 CK 허치슨으로부터 인수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두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부터 확연히 다르다. 블랙스톤은 '투 앤 20' 전략으로 고객 자산에 연간 약 1.5~1.75%의 관리 수수료와 투자 이익의 20%를 취득하는 고마진 사업에 집중해왔다. 반면 블랙록은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저마진 대중적 투자상품에 주력해왔다. 블랙스톤 고위 임원과 가까운 한 인물은 "블랙록이 11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수수료는 겨우 0.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전 CEO이자 블랙록 공동 설립자인 랄프 슐로스타인은 "블랙록과 블랙스톤은 중심은 같지만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원과 같다. 그리고 이 두 원이 겹치는 영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 회사가 서로의 핵심 사업 영역에 진출하면서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 핵심 성과와 성장 전략

블랙스톤은 1985년 슈워츠먼과 피트 피터슨이 인수합병 자문 회사로 설립했으며, 현재 세계 최대 사모펀드 회사로 성장했다. 블랙록은 1988년 블랙스톤 내부에서 채권 운용사로 출발해 1994년 독립했고, 현재 11조6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펀드 매니저다.

주가 성과에서도 두 회사는 차이를 보인다. 블랙록은 1999년 상장 이후 총 수익률 11,228%를 기록했지만, 지난 10년간은 S&P500 지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블랙스톤은 2007년 상장 이후 1,172%의 총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0년간은 548%로 시장 평균의 두 배 이상이었다. 2025년 기준 블랙스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7, 블랙록은 20.5다.

두 회사의 전통적 사업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 블랙스톤은 점차 개인 투자자에게 부동산 투자, 사모대출, 인수 등을 담보로 하는 대체자산 증권을 제공하고 있다. 총 자산 1조1000억 달러 중 약 2600억 달러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다. 블랙록은 4조2000억 달러 규모의 iShares ETF 사업을 넘어 사모시장, 특히 인프라와 신용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블랙스톤의 개인 투자자 대상 주요 상품인 BREIT(부동산)와 BCRED(신용대출) 펀드는 엇갈린 성과를 보였다. BREIT는 2017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연간 수익률 9.5%로 같은 기간 MSCI 미국 REIT 지수(5.7%)를 상회했지만, 최근 1년간은 2.2%에 그쳤다. BCRED는 2021년부터 4년간 10.3%의 수익률로 유사 상품들(6.4%, 3.7%)을 크게 앞섰다.

◇ 리더십과 미래 전망


블랙록은 작년에만 글로벌 인프라(GIP), 사모대출(HPS), 사모시장 데이터(프레킨) 분야에서 약 28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핑크가 "변혁적"이라고 표현한 GIP 인수로 아데바요 오군레시가 블랙록에 합류했고, 현재 블랙록 주식의 단일 최대 보유자가 되었다. 핑크는 동료들에게 "블랙록을 인수한 것은 GIP였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개인 자산에서도 두 CEO는 큰 격차를 보인다. 슈워츠먼의 순자산은 510억 달러로 블랙스톤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26위 부자다. 핑크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12억 달러 수준이다.

블랙스톤의 슈워츠먼은 이미 CEO 책임 상당 부분을 조나단 그레이에게 넘겼다. 블랙록의 핑크 후계자로는 CFO 마틴 스몰, COO 롭 골드스타인, GIP 공동 설립자 라지 라오, 국제 비즈니스 책임자 레이첼 로드가 거론된다.

핑크는 "우리는 블랙스톤과 그들의 핵심 사업에서는 직접 경쟁하지 않지만, 다른 사모 자산 영역에서는 경쟁하고 있다"며 "대규모 인수 사모펀드나 부동산 분야에서 거물이 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슈워츠먼은 "컨버전스는 블랙록이 대안으로 확장하는 것과 같은 일방적 방향"이라며 "우리는 기존 투자 품목의 유통을 대중에게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금융 거인의 설립 역사는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으로 J.P. 모건과 모건 스탠리로 분할된 모건 가문 사례와 유사하다. 핑크도 2001년 "우리는 블랙스톤과 연결되는 이름을 원했다. 마치 정부가 모건 가문을 갈라놓았을 때와 같았다"고 밝혔다. 슈워츠먼은 자신의 책에서 블랙록을 매각한 것을 "영웅적인 실수"로 표현했다.

배런스는 이 두 금융 거대기업이 향후 어떤 경쟁 관계를 구축할지, 그리고 그것이 월스트리트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지는 금융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