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최악 월간 성적표…'수익 보증' 전략이 발목
340개 팀 분산 투자 '속수무책'…시장 변동성 앞에 '명가' 흔들
340개 팀 분산 투자 '속수무책'…시장 변동성 앞에 '명가' 흔들

'헤지펀드 업계의 명가'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지난 2월 6년 만에 최악의 월간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밀레니엄의 간판 포트폴리오 매니저 두 명과 그 팀들이 '지수 재조정 거래'에서 무려 9억 달러(약 1조3048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각) '헤지펀드 밀레니엄, 2월 이례적 손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긴급히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내 두 투자팀에서 발생한 약 9억 달러(약 1조3048억 원) 손실이 2월, 회사 전체의 월간 실적을 6년 만에 최악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밀레니엄의 2월 한 달간 손실률은 1.3%로 집계됐다. 이 손실 규모 자체는 타 헤지펀드와 비교하거나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밀레니엄이 그간 쌓아온 '꾸준한 수익'과 '철저한 위험 관리'라는 명성을 감안하면, 이번 손실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밀레니엄은 이스라엘 '이지' 잉글랜더 최고경영자(CEO)가 1989년 설립한 이후, 연간 기준 단 한 차례의 손실만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해왔다. 더욱이 2018년 말 이후로는 월간 기준 1%가 넘는 손실을 낸 적이 없을 만큼, 철저한 위험 관리에 정통한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2월은 유독 시장 변동성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겹치며 시장 불안감이 증폭됐다. 결국 이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존 투자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HFR의 자료를 보면, 광범위한 헤지펀드 지수는 2월 한 달간 0.47%나 곤두박질쳤다. 특히 HFR이 추적하는 헤지펀드 중 절반 정도만이 2월에 간신히 수익을 냈을 뿐이다. 이는 1월 수익률이 8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운용 자산 규모가 750억 달러(약 108조7350억 원)에 달하는 밀레니엄은, 340개가 넘는 독립적인 투자 전문가 팀을 운영하며 자금을 분산 관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광범위한 시장 변동성과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각 팀은 기술주, 채권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략한다.
밀레니엄은 업계 최고 수준의 위험 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WSJ의 이전 보도에 따르면, 밀레니엄은 각 팀의 손실이 5%를 넘어서면 해당 팀의 '구매력'을 즉시 절반으로 감축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만약 손실이 7.5%를 초과할 경우, 해당 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해고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예외 규정은 존재한다.
밀레니엄의 이번 2월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주식 시장의 '지수 재조정 거래'에서 예측이 빗나간 탓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글렌 셰인버그와 프라티크 마드바니, 이 두 명의 베테랑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이끄는 팀들은 지난 2월, 시장 지수 편입 및 제외 종목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보기 좋게 실패하며 각각 수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셰인버그와 마드바니는 과거 밀레니엄의 '수익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핵심 인력들이다. 뿐만 아니라, 지수 재조정 거래는 지난 수년간 밀레니엄의 투자 수익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던 '필승 전략' 중 하나였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