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무손실 운용 '투자 귀재'의 백악관 영향력 확대
제자들, 트럼프 행정부 핵심 경제팀 장악...베센트 재무장관·워시 연준 의장 후보와 하루 12번 이상 소통
제자들, 트럼프 행정부 핵심 경제팀 장악...베센트 재무장관·워시 연준 의장 후보와 하루 12번 이상 소통

미국 금융계의 전설적 인물인 스탠리 드러켄밀러(71)의 영향력이 새 행정부 경제정책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드러켄밀러는 30년간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14년간 가족 자산운용사(패밀리 오피스)를 이끌면서 단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은 투자 실적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드러켄밀러는 현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유력 후보인 케빈 워시를 오랫동안 멘토링해왔다. 이들의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금융계에서는 드러켄밀러의 경제 철학과 투자 원칙을 '드러코노믹스'라고 부른다. 이는 재정 건전성 중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 시장 신호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특징으로 한다. 이제 그의 제자들이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면서 드러코노믹스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센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거시적으로는 스탠이 있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있다"며 드러켄밀러가 "성과, 존경심, 분석 측면에서" 다른 투자자들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드러켄밀러와 워시는 하루에 12번 이상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베센트 역시 재무장관 취임 후에도 드러켄밀러와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들의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금융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관세 부과를 통한 세계 무역 질서 재편, 뇌물 수수 방지 규정 완화, 보호무역주의로의 선회 등은 드러켄밀러와 같은 거시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활약해 온 금융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드러켄밀러의 투자 여정은 1976년 피츠버그 국립은행에서 시작됐다. 그는 약 80만 달러로 듀케인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했으며, 1988년에는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에 합류해 2000년 독립할 때까지 근무했다. 특히 1992년 소로스, 베센트와 함께 영국 파운드화를 공매도한 거래는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것으로 금융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홈디포의 공동 설립자이자 억만장자인 켄 랭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드러켄밀러를 "천재"이자 "내가 아는 최고의 투자자"라고 칭찬했다. 그는 2월 초 드러켄밀러와 "트럼프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10년 넘게 미국의 재정적자를 "부채 폭탄"이라고 비판해왔으며,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같은 복지 프로그램 지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또한, 팬데믹 기간 중 연준이 금리 인상을 너무 늦게 시행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드러켄밀러가 여러 차례 예측했던 미국 경기침체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 컨퍼런스에서 그는 "지난 4년 동안 6번의 경기침체를 예측했다"며 스스로를 "언제까지나 경기침체를 예측해온" 사람이라고 농담 섞인 자기비판을 했다.
드러켄밀러의 견해 중 일부는 트럼프 정부의 계획과 상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팁, 초과근무수당, 사회보장급여에 대한 감세안은 총 36조 달러(약 4경8000조 원)를 넘는 규모로, 이미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트머스 대학의 앤드류 레빈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정책 최고 결정자들이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고 결정을 내리면 큰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트럼프와 해리스의 산업 정책이 "똑같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나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로널드 레이건 같은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서 자랐다"며 "대통령직에는 어떤 위엄과 행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에게 투표하고 싶은 사람을 판단하지 않지만, 내게는 그냥 레드라인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투표하러 갈 때 누군가에게 글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베테랑 투자자는 FT에 "스탠은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장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견해와 신념을 포함하여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우상파괴자"라며 "이를 통해 그는 민첩하고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으며, 나쁜 상황을 승리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만약 내가 정책입안자였다면, 내가 재무부나 연준 또는 그 어떤 곳에 있었다면, 나는 드러켄밀러의 의견을 원했을 것"이라며 "그는 정말로 시장의 신호를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연준 의장으로 누구를 지명하든, 한 금융계 인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러코노믹스'라 불리는 드러켄밀러의 경제 철학은 미국 경제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월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