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 가격 조작, 투자자 기만...중국 알루미늄 재벌 몰락
LME 감시 시스템 강화 요구, 금융 사기 범죄 강력 처벌 촉구
LME 감시 시스템 강화 요구, 금융 사기 범죄 강력 처벌 촉구

미국 법원이 10억 달러(약 1조4587억 원) 규모의 금속 사기 계획을 실행한 중국 알루미늄 재벌 시에 유창(50)에게 마침내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 상품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한때 그를 신뢰했던 주변 사람들마저 충격에 빠뜨렸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 빅터 마레로 판사는 지난 화요일, 배심원단이 사기, 전신환 사기, 상품 가격 조작 공모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린 시에에게 최고 수위의 형벌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징역 30년형을 구형했지만, 마레로 판사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종신형을 선고하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데미안 윌리엄스 미국 검사는 성명을 통해 "시에 유창은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거대한 상품 사기극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맹렬히 비난하며, "그의 사기 행각은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고, 무고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으며, 상품 시장 전반의 신뢰를 뿌리째 훼손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시에 측 변호인인 마크 래스와 캐서린 피네건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때 '업계 거물'로 군림했던 시에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에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했던 그는, 결국 스스로 파놓은 사기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시에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마이닝 앤드 메탈 트레이딩'이라는 회사를 내세워 치밀하게 짜여진 사기 계획을 실행했다. 그는 알루미늄을 사고판다는 감언이설로 투자자와 은행들을 속여 무려 5억 달러(약 7293억 원)가 넘는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시에의 회사가 실질적으로 알루미늄 거래는 거의 없이, 신규 투자자 자금을 빼돌려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이라는 미명 하에 돈을 쥐여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시에와 공범들은 알루미늄 가격 조작을 통해 부당 이익을 챙기려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 막대한 양의 알루미늄을 은밀히 비축해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꼭짓점에서 고가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이 때문에 LME 알루미늄 가격이 순식간에 폭등하면서 국제 금속 시장 전체에 극심한 혼란이 초래됐다.
이번 10억 달러 사기 사건은 상품 시장의 허술한 규제망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LME와 같은 주요 거래소들이 가격 조작 시도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감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에의 사기 행각에 속아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떠안은 유럽 소재 은행의 한 대변인은 "시에 유창에게 종신형이 선고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상품 시장에서 금융 사기 범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에 유창은 이번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즉각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